◎청정한 지혜등불 밝히자
백담사 산문의 새벽은 좀 늦이감치 찾아옵니다.동해의 해돋이를 맨 먼저 내려다보는 설악이기는 하나,해뜨는 반대쪽 산자락이라 더욱 그렇습니다.그리고 워낙 골이 깊은지라,먼 아랫마을에서 홰를 치며 울어댈 닭 울음소리도 듣지 못한채 새벽을 맞고는 합니다.그럼에도 새 잎들이 피어난 연녹색 숲이 마치 햇살이라도 받은양 안개구름 사이로 눈부신 새벽입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산문의 새벽이 더욱 싱그러운지도 모릅니다.2541년전 불타가 고타마 시다르타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날입니다.태어나면서 오른 손은 올리고 왼 손은 내렸다고 합니다.며칠전 전파가 가물가물 날아온 산골 텔레비전에서 서울 시청앞에 세워 놓은 그 탄생불을 보았습니다.고타마 시다르타는 대강 그런 모습으로 태어나서 세간 사람들 틈에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그 때에 갓난아기 시다르타는 「하늘 위 아래서 나 홀로 우뚝하다.(천상천하유아독존)」는 말로 첫 입을 열었다고 합니다.불타의 전기격인 「서응경」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그 한마디는 바로 모든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한 자유선언입니다.또 고통으로부터 해방의 의지를 드러낸 외로운 인간선언이기도 했습니다.시다르타의 자유선언에서 자유는 19세기 서양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이들이 주창한 자유와는 사뭇 다릅니다.이는 형이상학의 자유인데,불가에서는 자재라고도 말합니다.그 자유를 얻은 이상은 시다르타가 서른 다섯살을 먹던 해에 생각하는 고행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고행 6년만의 깨달음,곧 정각에 이어 해탈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유롭고 막힌데가 없는 자재무애한 길에 접어드셨습니다.고타마 시다르타는 드디어 깨달은 이를 일컫는 불타(부다)가 된 것입니다.그런데 올해 「부처님 오신날」에 바라본 사바의 세상은 막힌 데가 너무 많습니다.그래서 만화방창한 계절을 뒷걸음질 쳐 어두운 그림자만 던져주고 있습니다.그야말로 삼 가닥이 뒤엉키듯 비리가 난마를 이루고 있습니다.국정마저도 넉 달째 표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체험했습니다.곳곳이 막혔으니,필연적 현상일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즐거울 리가 없고,신바람이 날리 만무합니다.즐거움이 없는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이를 불락이라고 합니다.범어로 나라카,곧 지옥을 뜻하는 말입니다.「삼계 모두가 고통인데,어찌 즐거워할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불타의 전기에 나옵니다.그렇듯 불타의 시대에도 고통과 어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바세계 어두운 그림자만
그가 히말라야 산록 작은 왕국 카필라성을 떠나 고행을 자초하고 나선 것도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기 위해서 였습니다.그가 태어나면서 약속한 다른 또 하나의 말이 있습니다.「이 생애에서 인천을 이롭게 하리라」는 말이 그것입니다.인간을 하늘보다 더 여긴 인간주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민주주의 시대가 아니어서 가만히만 앉아 있어도 왕위를 물려 받을 세습왕국의 태자 시다르타는 그런 마음으로 왕국을 떠났습니다.
○비리,권력과 돈에서 연유
그러니까 시다르타는 용기있는 자유인이었던 것입니다.오늘의 세태를 보면 자유로워야 할 부분 우선 몇가지를꼽을수 있습니다.권력과 명예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우선 생각해 봅니다.그리고 돈을 많이 챙기려는 물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정치와 돈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하룻밤을 자고 나면 날마다 터지는 비리는 모두 권력과 돈에 연유하고 있음을 익히 보았습니다.
지금 고도경제사회에서 무소유의 삶을 강조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입니다.그러나 넘치는 욕심은 금물이 분명합니다.우리는 지금 있고(유) 없음(무)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행법이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오늘 등불을 밝힐 불자들이시여! 그 봉축 등에다 과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극히 청정한 지혜의 불을 댕기시기 바랍니다.
백담사 산문의 새벽은 좀 늦이감치 찾아옵니다.동해의 해돋이를 맨 먼저 내려다보는 설악이기는 하나,해뜨는 반대쪽 산자락이라 더욱 그렇습니다.그리고 워낙 골이 깊은지라,먼 아랫마을에서 홰를 치며 울어댈 닭 울음소리도 듣지 못한채 새벽을 맞고는 합니다.그럼에도 새 잎들이 피어난 연녹색 숲이 마치 햇살이라도 받은양 안개구름 사이로 눈부신 새벽입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산문의 새벽이 더욱 싱그러운지도 모릅니다.2541년전 불타가 고타마 시다르타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날입니다.태어나면서 오른 손은 올리고 왼 손은 내렸다고 합니다.며칠전 전파가 가물가물 날아온 산골 텔레비전에서 서울 시청앞에 세워 놓은 그 탄생불을 보았습니다.고타마 시다르타는 대강 그런 모습으로 태어나서 세간 사람들 틈에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그 때에 갓난아기 시다르타는 「하늘 위 아래서 나 홀로 우뚝하다.(천상천하유아독존)」는 말로 첫 입을 열었다고 합니다.불타의 전기격인 「서응경」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그 한마디는 바로 모든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한 자유선언입니다.또 고통으로부터 해방의 의지를 드러낸 외로운 인간선언이기도 했습니다.시다르타의 자유선언에서 자유는 19세기 서양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이들이 주창한 자유와는 사뭇 다릅니다.이는 형이상학의 자유인데,불가에서는 자재라고도 말합니다.그 자유를 얻은 이상은 시다르타가 서른 다섯살을 먹던 해에 생각하는 고행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고행 6년만의 깨달음,곧 정각에 이어 해탈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유롭고 막힌데가 없는 자재무애한 길에 접어드셨습니다.고타마 시다르타는 드디어 깨달은 이를 일컫는 불타(부다)가 된 것입니다.그런데 올해 「부처님 오신날」에 바라본 사바의 세상은 막힌 데가 너무 많습니다.그래서 만화방창한 계절을 뒷걸음질 쳐 어두운 그림자만 던져주고 있습니다.그야말로 삼 가닥이 뒤엉키듯 비리가 난마를 이루고 있습니다.국정마저도 넉 달째 표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체험했습니다.곳곳이 막혔으니,필연적 현상일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즐거울 리가 없고,신바람이 날리 만무합니다.즐거움이 없는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이를 불락이라고 합니다.범어로 나라카,곧 지옥을 뜻하는 말입니다.「삼계 모두가 고통인데,어찌 즐거워할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불타의 전기에 나옵니다.그렇듯 불타의 시대에도 고통과 어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바세계 어두운 그림자만
그가 히말라야 산록 작은 왕국 카필라성을 떠나 고행을 자초하고 나선 것도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기 위해서 였습니다.그가 태어나면서 약속한 다른 또 하나의 말이 있습니다.「이 생애에서 인천을 이롭게 하리라」는 말이 그것입니다.인간을 하늘보다 더 여긴 인간주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민주주의 시대가 아니어서 가만히만 앉아 있어도 왕위를 물려 받을 세습왕국의 태자 시다르타는 그런 마음으로 왕국을 떠났습니다.
○비리,권력과 돈에서 연유
그러니까 시다르타는 용기있는 자유인이었던 것입니다.오늘의 세태를 보면 자유로워야 할 부분 우선 몇가지를꼽을수 있습니다.권력과 명예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우선 생각해 봅니다.그리고 돈을 많이 챙기려는 물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정치와 돈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하룻밤을 자고 나면 날마다 터지는 비리는 모두 권력과 돈에 연유하고 있음을 익히 보았습니다.
지금 고도경제사회에서 무소유의 삶을 강조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입니다.그러나 넘치는 욕심은 금물이 분명합니다.우리는 지금 있고(유) 없음(무)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행법이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오늘 등불을 밝힐 불자들이시여! 그 봉축 등에다 과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극히 청정한 지혜의 불을 댕기시기 바랍니다.
1997-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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