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끝자락 「구례 5일장」/청정 약초·산나물의 장터

지리산 끝자락 「구례 5일장」/청정 약초·산나물의 장터

남기창 기자 기자
입력 1997-04-25 00:00
수정 199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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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으로 먹고사는 이들」의 삶의 터전/“식물의 보고” 우슬·인동초 등 약초 수두룩/「팔뚝만한」 더덕 한뿌리 2∼3만원선 거래

지리산 서남쪽자락에 위치한 전남 구례는 예로부터 「지리산으로 먹고 사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주민 대부분이 지리산에서 나오는 약초·산나물 등 청정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구례읍에 위치한 「구례 5일시장」.이곳에는 봄철인 요즘 장날이면 새싹을 갓 틔운 약초와 산나물·야생화를 광주리에 듬북 담아 시장바닥에 줄지어 앉은 아낙네들과 이를 사려는 사람들의 흥정으로 시골시장 정취가 물씬 풍긴다.

장이 서는 3일과 8일이면 좌판을 벌이는 사람만도 60∼70명에 이른다.대부분 지리산을 터전으로 평생을 살아온 아낙네와 할머니들이다.

장터는 화엄사와 피아골에서 구례온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장터 아래쪽에는 채소만 취급하는 채전이 있고 이 중간에 「광주리 좌판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여느 장터에서는 찾기 힘든 각종 지리산 약초와 산나물·야생화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산채와 약초는 대략 10여가지이며 야생화도 50여종이 넘는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는 정순분 할머니(65)는 『봄이 되면서 무공해 약초 등을 구하려고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온 구매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정할머니는 이곳에서 팔리는 것들은 전부가 주민들이 직접 캔 「진짜」 약초라고 전한다.

특히 무공해 건강식품인 자연산 토종만을 고집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은 더 잦아졌다.

최근들어 지리산 산동온천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관광을 겸해 찾는 외래객들이 더욱 많아졌다.

지리산에는 한반도에서 생장하는 식물의 30%인 1천323종이 분포,「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지리산이란 이름이 들어간 식물만도 23종에 이르고 이곳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은 무려 107종이다.

이곳에서 주로 팔려 나가는 것은 청정 산나물.지역 주민들이 직접 캔 것들로 고사리와 취나물·고들빼기·두릅 등이 주종을 이룬다.사람 손으로 키운 것과는 다른,사실상 약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 아낙네들은 자신만이 아는 군락지에서 산나물을 채취,광주리에 담아 나온다.그래서 믿고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이곳 청정 산나물의 소문이 퍼지면서 대도시 주부들이 몰려들어 몽땅 사가기도 한다.점심먹고 늦게 가면 벌써 장이 파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 산나물은 도회지 시장에 나오는 것과는 종류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코언저리에서 휘감겨 도는 향기는 풋풋하고도 진해 어느 지역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윤기가 나거나 겉이 매끄럽지는 않다.그러나 한두번 사본 주부들은 단박에 알아보고 다시 찾는다.

들판에서 갓 뜯어온 쑥과 불미나리·쑥갓·방아잎도 시장 곳곳에 나와 좌판을 풍성하게 한다.한손에 쥘 수 있는 분량이 1천∼2천원선에 거래된다.

구례읍에서 온 김명숙씨(32)는 『그동안 인근 시장에서 채소를 구입,식탁에 올렸으나 최근에는 이곳만을 이용한다』면서 『풋성귀가 싱싱해 살짝 데치거나,무쳐 먹거나 생선과 함께 요리하면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약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신선초·우슬·인동초·오미자·유근피·산수유·당귀·작약·목단·두충·결명자·구기자 등이 주류를 이룬다.

신경통과 두통·요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상인들은 밝혔다.

종종 산삼에 버금가는 동삼이라는 더덕도 나와 횡재(?)를 할 수 있다.보통 손가락 굵기이지만 10년이상 된 어른 팔뚝만한 것도 나온다.이 정도 크기이면 한뿌리당 2만∼3만원선이면 살 수 있다.

칡 또한 좌판시장의 한 얼굴이다.굵기에서부터 효능과 특징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리산 칡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상인들이 제값을 준다고 한다.

말린 신선초나 인동초 등도 근당 4천∼5천원에 거래된다.

지리산에서 캔 야생화도 많이 나와 눈길을 끈다.야생화 가운데 화분에서 키울수 있는 것들로,70여종에 이른다.

지리산일대의 독특한 기후조건으로 이곳에서 나는 진달래와 철쭉·매화·동백나무 등은 향기는 물론 꽃이 유난히 짙고 아름답다.때문에 상품가치가 상당히 높다.

척박한 토양에서 뿌리를 박고 살아온 식물이어서 활착력도 좋아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구례군은 최근 민간업체와 합작으로 야생화 55종을 분재용으로 개발,시장과 종묘상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값싸게 보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이나 요령없이도 기를수 있는 장점이 있고,토종꽃이란 점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 금낭화·할미꽃·앵초·제비꽃·복수초·윤판나물·동의나물·노루귀·피나물 등이 잘 팔리고 있다.<구례=남기창 기자>
1997-0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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