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발발전후 시대상·후방 참상/사실주의 바탕 50년 1∼10월 민중의 삶 그려/「좌익의 길」 걸었던 작가의 선친도 등장시켜
한국전쟁이 끝난지 반세기만에 사실주의적 시각에서 민족사를 소설화한 작품이 출간돼 문단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원일씨(45)의 장편소설 「불의 제전」.「태백산맥」에 이어 분단과 통일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작품으로 지난 80년 「문학과 사상」지에 연재를 시작해 18년만에 7권으로 완결했다.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소설과 달리 1950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의 기간만을 시간적 무대로 택했고 공간적 배경도 서울과 경남의 작은 도시 진영만으로 한정해 작품의 사실주의적 성과를 높이려 했다.또 과거회상과 현재형이 반복되던 연재시절과는 달리 주요 날짜별로 진행과정을 현재형으로 서술해 역사적 현장감을 높이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주력했다.
특히 이 소설은 1백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통해 전쟁전 남한의 농지개혁과정·소작농의 집단항쟁·전쟁중 후방에서 겪는 참상 등을 진솔하게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시대관과 이념관을 철저하게 객관화하려고 노력하고 좌·우 이념의 편가르기식 구분을 지양했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운동권적 시각이 팽배하기 시작하던 80년에 집필을 시작해 90년대 들어 세계곳곳에서 사회주의 국가가 잇달아 몰락하는 격동의 시절을 거쳐 소설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50년 그때 그대로의 시대상과 삶을 재현하려는 「아집」이 작품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해방이후와 한국전쟁이란 공간은 어떤 인간도 예외없이 가장 진솔하고 감동적인 인간의 보편적 모습을 보여준다.그런 의미에서 「사실주의 소설미학을 신뢰하며 그 시대를 다양하게 파헤쳐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작가적 욕심이 현실참여가 우선된 작품들과는 또다른 맛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지주가 소작인에게 살해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닭싸움으로 끝나는 10개월동안의 민중의 삶이 3인칭 시점으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얘기를 하는 듯한 느낌도 이 소설이 갖는 특징이다.
이 점에서 「불의…」는본격 분단문학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정래씨의 「태백산맥」과는 다른 차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조민세」가 당시의 많은 지식인들처럼 좌익의 길을 걸었던 작가 자신의 선친을 그린 것이라는 점도 이 소설의 사실성과 재미를 더해준다.<박상렬 기자>
한국전쟁이 끝난지 반세기만에 사실주의적 시각에서 민족사를 소설화한 작품이 출간돼 문단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원일씨(45)의 장편소설 「불의 제전」.「태백산맥」에 이어 분단과 통일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작품으로 지난 80년 「문학과 사상」지에 연재를 시작해 18년만에 7권으로 완결했다.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소설과 달리 1950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의 기간만을 시간적 무대로 택했고 공간적 배경도 서울과 경남의 작은 도시 진영만으로 한정해 작품의 사실주의적 성과를 높이려 했다.또 과거회상과 현재형이 반복되던 연재시절과는 달리 주요 날짜별로 진행과정을 현재형으로 서술해 역사적 현장감을 높이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주력했다.
특히 이 소설은 1백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통해 전쟁전 남한의 농지개혁과정·소작농의 집단항쟁·전쟁중 후방에서 겪는 참상 등을 진솔하게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시대관과 이념관을 철저하게 객관화하려고 노력하고 좌·우 이념의 편가르기식 구분을 지양했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운동권적 시각이 팽배하기 시작하던 80년에 집필을 시작해 90년대 들어 세계곳곳에서 사회주의 국가가 잇달아 몰락하는 격동의 시절을 거쳐 소설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50년 그때 그대로의 시대상과 삶을 재현하려는 「아집」이 작품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해방이후와 한국전쟁이란 공간은 어떤 인간도 예외없이 가장 진솔하고 감동적인 인간의 보편적 모습을 보여준다.그런 의미에서 「사실주의 소설미학을 신뢰하며 그 시대를 다양하게 파헤쳐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작가적 욕심이 현실참여가 우선된 작품들과는 또다른 맛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지주가 소작인에게 살해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닭싸움으로 끝나는 10개월동안의 민중의 삶이 3인칭 시점으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얘기를 하는 듯한 느낌도 이 소설이 갖는 특징이다.
이 점에서 「불의…」는본격 분단문학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정래씨의 「태백산맥」과는 다른 차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조민세」가 당시의 많은 지식인들처럼 좌익의 길을 걸었던 작가 자신의 선친을 그린 것이라는 점도 이 소설의 사실성과 재미를 더해준다.<박상렬 기자>
1997-04-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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