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 비판… 과거행적 사과/황씨 인사말 의미

북 체제 비판… 과거행적 사과/황씨 인사말 의미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7-04-21 00:00
수정 199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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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망명 대신 「남행 청원」으로 표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20일 서울공항에 도착한뒤 발표한 「인사말씀」과 간단한 회견을 통해 망명과 관련한 기본적인 의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황씨는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과거 북한에서의 행적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망명」이라는 표현을 피하는 등 몇가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망명동기◁

황씨는 인사말을 통해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황씨는 『북한이 사회주의와 현대판 봉건주의,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적 체제』라고 규정하고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했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라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황씨는 또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배격하고 무력적 힘의 대결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전쟁을 막기위해 오게됐다』고 공식적인 망명동기를 밝혔다.황씨의 구체적인 망명 동기와 배경은 당국의 조사가 이뤄져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문제◁

황은 인사말을 통해 『나는 민족앞에 「큰 죄」를 지었으며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과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황은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의 창시자로 김일성대학 총장과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등을 지내며 북한의 대외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따라서 6·25전쟁에서의 역할을 비롯한 과거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이는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쟁책임론」 등 사상논쟁의 불씨를 차단하기 위한 언급으로도 보인다.

▷망명의 성격◁

황씨는 회견을 통해 『망명이다,귀순이다 하는 것은 나와 관계 없다』고 말했다.황씨는 그대신 인사말에서 『북을 떠나 남으로 넘어오는 「청원」을 허락했다』고 표현했다.그러나 통일원과 외무부의 관계자는 『황비서는 일단 귀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황씨가 망명이나 귀순이라는 용어를 회피하는 것은 굳이 이를 부인하려는 것보다는 향후 희망하는 활동방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황씨가 『중국과 필리핀 정부가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한 것은 「국제관례에 따른 망명허용」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활동방향◁

황씨는 『남쪽 형제들과 손잡아 전쟁을 막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 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황씨의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황씨가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주체사상 등 사상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는가를 포함,조사과정에서의 태도에 따라 그의 활동 시기와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도운 기자>
1997-04-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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