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보다 국민이 더 무섭다”/정치인 조사­검찰 강경기류 안팎

“정치권보다 국민이 더 무섭다”/정치인 조사­검찰 강경기류 안팎

박은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4-17 00:00
수정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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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휘두르면 검찰 끝장” 위기감/「앞만 보는 수사」 여론박수에 자신 더해

「정태수 리스트」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강공 드라이브」일색으로 치닫고 있다.적어도 정치인에 대한 수사에서는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세다.정치권의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세다.오히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양상이다.

검찰의 강성기류는 정치인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천명할 때부터 시작됐다.심재윤 대검 중수부장은 지난 10일 정치인 소환에 앞서 33명의 숫자를 미리 못박으면서 『검찰이 족쇄를 차더라도…』라는 표현을 썼다.수사과정에서 외압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등 자율수사의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특히 김수한 국회의장에 대한 조사와 관련,정치권에서 『33명이 아닌 30명』이라는 등 여러가지 「사인」을 보내왔지만 기어코 수사 방침을 관철시켰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이같은 강성기류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득실관계를 저울질한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특히 정치인에 대한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검찰로서는 어차피 비난을 받을수 밖에 없다는 상황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솜방망이」만 휘두르고 끝내거나 외부논리에 끌려가는 인상을 보이면,수사 대상자인 정치권마저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수사 자체가 정치적 공세에 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따라서 정치권의 비난은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검찰조직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여론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후문이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을 부르지 않거나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왜곡시키면 어떤 식으로든 리스트의 내용이 공개돼 자칫 검찰로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현실적인 인식도 한몫했다.33명의 명단은 이미 검찰 내부에 반공개된 상태라 수사가 끝난 뒤 외부유출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강경기류는 일선 소장 검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전문이다.이들은 무엇보다 수사의 사령탑인 대검 중수부장의 중도탈락에 분개하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검찰 수뇌부의 완급 조절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로서도 정치권 수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수사가 끝난 뒤에는 정치권이 다시 「칼」을 쥐고 덤벼들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특히 국회에서의 법률 및 예산안 통과 절차에서 곤욕을 치를 개연성도 크다.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일본 검찰이 다나카 수상을 구속한 대가로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다』는 말로 이같은 사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검찰은 조직의 위상정립을 위해 정치권을 「제물」로 삼았다거나,「화풀이」차원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신경을 극도로 곤두세우고 있다.<박은호 기자>
1997-04-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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