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빔밥이 역수출돼 온다면(박갑천 칼럼)

전주비빔밥이 역수출돼 온다면(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03-01 00:00
수정 1997-03-0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남의 훈도시(훈:샅바)로 스모(상박:씨름)한다』는 일본속담이 있다.남의걸 잘 이용해서 자기이익 챙기는 것을 이르면서 쓴다.비슷한 것으로는 『남의 우엉으로 불사한다』 『남의 염불로 극락가기』등이 있지만 처음게 많이 쓰인다.우리속담 『남의 불에 게(해)잡는다』 『남의 떡에 설쇤다』…따위도 좀 다르긴하나 그뜻으로 쓰인다.

김치장사로 재미본 일본이 이번에는 전주비빔밥을 역수출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한다.「젠슈(전주)」란 이름의 자동화기계로 만들어낸 비빔밥이 일본서는 인기라는것.이런 소식에는 문득 누군가에게 내안방 내준것같은 야릇한 생각이 인다는 것도 사실이다.그들은 「남의 샅바」 차고서 더구나 그 샅바주인에게 덤비라며 고함치고 있는듯하다.

일본에는 또 『보물 가지고 썩이기』라는 속담도 있다.소중한 것을 지녔으면서 이용못함(않음)을 이른다.『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라는 우리속담과 비슷하다.「순오지」에는 하눌타리를 천원자로 표기했다.그약성은 담을 말리는 것.벽에 걸어두고 쓰지않으면 소용없다는 뜻이다.김치나 전주비빔밥이나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만 생각했다.손님에게 맛자랑도 하면서.국제적 장삿속까지 따지진 못한채 벽에 걸어두고 썩였던 셈이다.사농공상의 모지랑이였다 할까.그걸 장삿속으로 날세우는 일본의 상혼.몽태쳤다면서 눈을 모들뜰 일이 아니다.이 장사꾼 세상에서 오히려 그정신을 배울줄 알아야겠다.

이런일은 인생사와도 통하는 것 같다.여기서 제대로 빛을 못보던 사람이 저기가서 톡톡히 구실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것인가.한신만해도 처음에는 항우아래 있었다.그러다가 번드쳐 유방군에 들어가고 승상소하의 눈에 들면서 천하제일의 장수로 마침내 항우를 무찌른다.위나라 사람으로서 진나라 재상이 되는 범수도 그렇다.위나라를 위하고자 했으나 발쇠섰다고 모함받은 끝에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내칼도 남의 칼집에 들면 찾기 어렵다』.남의 것으로 된거나 다름없어지기 때문이다.또 영원한 내것도 없는 법이어서 보살피지 않으면 나를 떠나는게 세상사.그래서 내구슬도 남이 갈아 빛을 내면 남의 것으로 비친다.언젠가 전주사람도 역수출돼온 「기계 전주비빔밥」맛에 빠져들지 모를 일이다.〈칼럼니스트〉

1997-03-01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