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승강기 내리자 괴한들 덮쳐/이한영 피격­피습 순간

이씨 승강기 내리자 괴한들 덮쳐/이한영 피격­피습 순간

입력 1997-02-17 00:00
수정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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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권총 쏘고 도주… 이씨 쓰러지며 “간첩”/아파트 옆집주민 비디오폰 통해 피격순간 목격/머리·가슴에 총상… 구급차 도착땐 이미 의식불명

북한 김정일의 전 동거녀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는 15일 하오 서울에서 손윗 동서 오주성씨(33)와 저녁식사를 한 뒤 임시로 머물던 경기도 분당의 선배 김장현씨(44) 아파트로 돌아오다 현관 문앞에서 습격을 당했다.

이씨가 아파트 14층에 도착한 시간은 하오 9시50분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쪽 김씨의 1402호 문으로 향하는 순간,복도에서 대기하던 건장한 체격의 괴한 2명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미처 초인종을 누를 시간도 없었다.

범인들 중 한명은 바바리 코트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이씨의 머리를 겨누었다.소음기가 달린 권총이었다.이씨는 순간적으로 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한명은 이씨를 엘리베이터 왼쪽 벽쪽으로 거세게 밀어붙이며 머리 등을 내리쳤다.이씨는 『여기서 당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격렬히 저항했지만 살상무기를 갖춘 고도로 훈련된 범인들의 상대가 못됐다.단지 몇초간 실랑이했을 뿐 이씨는 곧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졌고 그의 머리와 가슴에는 권총 2발이 발사됐다.소음기 탓에 총소리는 없었지만 이씨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괴한들은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건채 대기하고 있던 다른 공범 1명과 함께 범행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시끄러운 소리에 1402호 김씨의 부인 남상화씨(42)와 맞은 편 1401호 주인 박종은씨(46)는 각각 비디오폰을 통해 이씨의 피격 순간을 지켜보았다.하지만 두려워 즉각 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했다.

범인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간 뒤 남씨와 박씨는 문밖으로 달려나왔다.이씨는 『누가 이랬느냐』는 남씨의 물음에 손가락 두개를 펴보이며 『간첩,간첩』이라고 말했다.구급차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지난해 11월부터 김씨의 집에서 지내온 이씨는 이날 하오 9시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남씨에게 『지금 막 집으로 출발했다』고 핸드폰으로 알려왔다.그 무렵 남씨에게는 『예전에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모 여성지」 기자』라며 이씨의 귀가시간을 확인하는 괴전화가 걸려왔다.10일전에도 전화국 직원이라며 가입자와 설치장소를 묻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상오에는 수화기를 들면 응답없는 전화가 여러차례 걸려왔다.

이씨는 이에 앞서 이날 하오 7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노보텔앰베서더 호텔 커피숍에서 동서 오씨를 만났다.이들은 평양냉면과 이북만두로 저녁식사를 한 뒤 하오 9시쯤 식당을 나왔다.식사중 황장엽비서의 망명과 관련해 어머니와 이모(성혜림씨) 이야기를 많이 했던 이씨는 여흥이 남았던지 『소주나 한잔 더 하자』고 청했으나 오씨는 『몸이 피곤하다』며 거절,헤어졌다.<특별취재반>

□테러·피습 일지

▲78년 1·7월=최은희·신상옥 부부 홍콩서 납치.

▲79년=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씨 유럽연수중 노르웨이서 북에 납치.

▲82년2월=최재근 주 우간다 대사관 서기관 무장괴한으로부터 총격받아 부상.

▲86년1월=도재승 주 레바논 대사관 서기관 무장괴한에게 피랍.

▲94년10월=대우 강대현씨 알제리에서 회교원리주의자들에게 피살.

▲94년10월=한국전자계산 강상보씨 홍콩에서 강도와 경찰의 총격전 도중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

▲95년3월=이수존 주 대만대표부 서기관 괴한으로부터 피습받아 목에 자상 입음.

▲95년7월=순복음교회 목사 안승운씨 중국 연길서 북한요원으로 보이는 청년들에게 납북.

▲96년8월=기아자동차 기술훈련원 원장 박병현씨 중국 연길서 괴한에게 테러당해 사망.

▲96년10월=최덕근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영사 피살.

▲97년2월=김정일 전 동거녀 성혜림씨 조카 이한영씨 권총 피격.
1997-02-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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