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막고있는 비자발급제도/장수영 포항공대 총장(시론)

세계화 막고있는 비자발급제도/장수영 포항공대 총장(시론)

장수영 기자 기자
입력 1997-02-04 00:00
수정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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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살던 50년대와 60년대 미국비자를 받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그러나 이제는 신분과 여행목적이 확실하면 미국비자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고 비자면제협정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에 포항공대에서는 두개의 국제학회가 열렸다.하나는 제3회 아시아국제원자 분자물리학세미나였고 또 하나는 「식물과 환경」이라는 제목의 국제학술회의였다.전자에는 미국,독일,중국,일본,대만,인도학자들과 국내학자들이 대거 참가하였으며 후자의 경우도 한국,미국,캐나다 학자들이 많이 참가하여 유익한 학술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중국과학원원사이며 중국과학기술대학의 화학물리교수인 주칭시 교수가 참석하게 되어 있었고 후자의 경우 북경대학 부총장이며 최근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첸장량 교수가 참가하게 되어 있었으나 한국입국비자를 받지 못해서 학회참가를 할 수 없었다.

○중국학자 비자못받아 불참

포항공대는 북경대학 및 중국과학기술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있으나 이와같은 경우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중국과학원원사는 전체 중국에서 회원이 5백명밖에 안되는 권위있는 자리이며 첸장량교수는 35세의 젊은 생물학자로서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이들이 포항에 와서 국내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고대했는데 결국 비자를 못받아서 입국할 수 없었던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금년 10월에는 포항공대에서 동아세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가 열리게 되며 중국,일본,대만,홍콩의 학자들과 대학총장들이 대거 오게 되는데 그때에도 비자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그보다 앞서 7월에는 역시 같은 4개국의 대학생 70명이 포항공대에 와서 1주일간 생활하게 되어 있다.

이와같은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지난 수년간 여섯 번이나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관료주의가 만연한 러시아정부도 학자들의 방문에는 비자를 쉽게 내주었던 것을 기억한다.필자가 방문하고자 하는 대학의 총장이나 학장이 주한러시아대사관에 팩스(fax)로 아무개에게 비자발급을 해줄 것을 요청하면 두말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제도를 택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이것은 업무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대학총장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불신의 사회에서 살아왔다.미국대사관에서는 국내 몇개 대학의 처장급교수 2명에게 미국입국비자발급권한을 주어서 그분들이 사인하면 두말않고 미국입국비자를 주고 있다.대상자는 교수,직원,학생이 모두 포함된다.이와같이 미국은 타국인에게도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대학총장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혹시 그런 방식으로 입국한 사람이 방문목적이외의 일에 종사함으로써 법을 어기게 되면 해당총장에게만 그 권한을 얼맛동안 박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술교류위해 제도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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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정당한 학술활동을 위해서 입국하려는 학자들에게 비자발급이 안되는 나라는 선진국대접을 받을 수가 없다.경제인,체육인과 문화계인사들의 내왕도 중요하지만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이 서로 외국을 방문하여 학술활동을 벌이는 것이 국제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미국인들이 한국입국비자를 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특히 어렵게 되어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정부에서는 조속히 세계화정책에 부응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1997-0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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