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등 인사바람이 부는 철에(박갑천 칼럼)

「명퇴」 등 인사바람이 부는 철에(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01-11 00:00
수정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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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바람이 불고있다.말이 그렇지 본인들은 별로 명예롭게 생각않는 물러남이다.연말연시는 그밖에도 여러가지 사연의 인사이동 계절.그에따라 희비와 명암이 엇갈린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으니 나아감이 있었던 사람에게 물러남이 있음은 당연하다.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자기뜻과 달리 섭치로 여겨지는듯한 물러남에는 어찌 울분의 찜부럭이 없다고야 하겠는가.그렇다해도 그럴수록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오히려 그게 더 밝은 내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 인생사 아니던가.

옛날과 지금의 상황을 똑같이 생각할 일은 아니다.다만 이승을 산다는 「인생의 기미」는 같기에 퇴계 이황의 진퇴를 생각해보게는 한다.『그는 40년 가까운 벼슬살이에서 네임금을 섬기면서 일곱번이나 자리를 물러났다』(박종홍:「한국의 인간상」).그 모두가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그는 69세에 마지막으로 물러나지만 그보다 10년전의 무오사직서에도 그마음이 나타난다.『…계묘(1543년)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16년사이 체직된게 10번이요임명받고 사은 못한게 4번이며 시골로 물러나온게 4번이고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 사은못한게 6번이며 소명받고 사퇴를 청해 올린 일이 3번이나 되나이다』. 우리역사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라 할것이다.

윤근수는 그의「월정만필」에서 그런 퇴계와 자신을 비기면서 『얼굴붉힌다』.윤월정보다 2살위인 우계 성혼은 그를 만날때마다 벼슬 고만두고 시골내려가 살라고 권했던 듯하다.월정이 그러려해도 살만한 땅뙈기 하나 없다고 대답하면 우계는 산입에 거미줄 안친다면서 권유했다.이얘기를 적은 월정은 이렇게 탄식한다.『그랬건만 내나이 예순이 넘도록 관직에 미련을 두고 물러나지 않을 줄이야.퇴계와 우계는 내다보는 눈이 있어서 그리했던 것을…』.겸손한 성찰같다.

「공사견문록」엔 서후행이라는 내시얘기가 쓰여있다.그는 번번이 왕자왕녀 집짓는 일을 맡았는데 튼튼히 짓질 않았다.부귀는 무상한 것이고 좋은 집일수록 자주 바뀌는게 세상이치이므로 굳이 힘들여 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무람없다는 책망도 따랐던만큼 옳게만 받아들일 말은 아니다.하나,「좋은집」은 「좋은자리」일수도 있겠다싶기는 하다.〈칼럼니스트〉

1997-01-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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