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는 미 대통령 비토권/김재영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재판받는 미 대통령 비토권/김재영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1997-01-07 00:00
수정 1997-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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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속의 특정 항목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새」 권리가 써보기도 전에 위헌 재판대에 올랐다.

의회통과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비토)은 현재 대통령제 나라라면 어디에나 있지만 미국이 2백여년전 헌법제정과 함께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제도다.그러나 창시국 미국 대통령의 비토권은 법안 전체에 한한다는 제한을 받아왔다.즉 법안 전체를 받아들이든가 비토하든가 할 수 있을 뿐이지 그 법안의 개개항목에 대해선 일절 손댈 수 없는 것이다.헌법제정후 200년넘게 지켜오던 이 「전부 아니면 제로(령)」의 제한이 지난해 법안내 항목별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주자는 공화당발의 법안의 통과로 깨졌다.올 1월 취임하는 새 대통령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따라서 클린턴대통령은 법안 내에 마음에 들지 않는 항목을 지목,삭제할수 있는 200년만의 특권을 누릴수 있게 됐는데 민주,공화 양당의 거물급의원 6명이 지난주 대통령의 새 거부권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법에 소송을 냈다.

새 거부권은 항목이 문제가된만큼 예산법안에 한정된다.미 의회는 한국의 20배에 가까운 1조5천억달러 상당의 연방정부 예산을 13개 세출법안으로 다루고 있으며 각 법안은 배정예산이 낱낱이 명시된 수백수천 항목으로 이뤄진다.이 항목들 사이사이에 흔히 「돼지고기 통」으로 불리는 의원들의 지역구,특정집단 봐주기 예산이 끼어들어 있다.대통령은 이런 냄새나는 예산세목을 거부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평균 1천1백억달러의 세출법안 하나 전체를 비토해야 한다.울며겨자 먹기로 서명하지 않을수 없었고 의원들은 이를 맘껏 활용해 왔다.

이번에 위헌소송을 낸 양당의원들은 예산절감의 취지는 이해하나 항목별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은 의회만이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헌법1조상의 의회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상·하원에 걸쳐 민주5,공화1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전 민주당 원내총무 로버트 버드,전유엔대사로 민주당의 「지성」인 대니얼 모히니헌,현 세출위원장 마크 햇필드(공화) 상원의원등 하나같이 거물급 원칙주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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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 거부권문제를 둘러싼 원칙고수주의자들과 현실중시주의자들간의 논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흥미롭다.

1997-01-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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