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외언내언)

UN 사무총장(외언내언)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6-12-14 00:00
수정 1996-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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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유엔의 중심적 인물이며 유엔을 대표하는 책임자다.사람들은 자주 이 기구의 종이호랑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유엔의 사무총장을 종이호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유엔은 창설이래 실제로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때가 더 많았으나 그런 때에도 사무총장의 역할은 만만치가 않았다.

사무총장은 세계의 안전과 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어떤 문제라도 안전보장이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그래서 일단 총장이 되고나면 5년 임기동안 그 막강한 상임이사국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무총장 자리다.

초대 트리그비 리 총장은 소련이 결석한 가운데 유엔의 한국전 파병을 이끌어내 소련의 미움이 대단했다.그래서 그는 중임을 못했지만 유엔군은 한국전에 참전했다.식민주의를 통렬히 비난했던 2대 함마슐드 총장때는 강대국들이 다같이 골머리를 앓았다.비행기사고로 죽지않았더라도 그가 연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재의 부트로스 갈리 총장도 미국의 미움을 사 단임으로 물러서게 된다.그만큼 사무총장의역할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미국의 힘으로도 갈리의 콧대를 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유엔안보리에서는 갈리총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문제로 상임이사국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미국은 현재의 사무차장인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을 밀고 있으나 프랑스가 거부하고 있고 프랑스가 미는후보는 미국이 「노」다.

유엔총장은 안보리에서 5개 상임이사국전원을 포함한 9개국의 지지를 얻어 총회가 뽑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행사로 벌써 다섯번이나 비밀투표를 했으나 번번이 공약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이 지지하던 갈리 총장을 미국이 몰아내는데 불만이고 미국은 이번엔 미국에 보다 호락호락한 인물을 골라야 겠다고 벼르고 있다.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런때 뒷짐만 지고 서 있는 약소국들의 심사가 편할리 없다.<임춘웅 논설위원>
1996-12-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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