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뉴욕서 2차접촉/“아직도 제자리걸음”

북·미 뉴욕서 2차접촉/“아직도 제자리걸음”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6-11-01 00:00
수정 1996-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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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평양훈령 지녀 한·미 일말의 기대/“남측 유죄” 역공세 편뒤 “귀국하겠다” 생떼

뉴욕을 방문중인 북한 외교부의 이형철 미주국장과 미 국무부의 마크 민튼 한국과장은 지난 24일에 이어 30일 2차접촉을 갖고 잠수함 사건이후의 남·북한,미·북 관계를 정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지난 24일 전달한 기본입장을 되풀이 했을 뿐이라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이형철은 24일의 접촉에서 ▲잠수함 사건은 군의 일부 강경세력이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하고 ▲잠수함 사건으로 미·북 관계가 악화된 것이 유감이며 ▲미·북 관계를 잠수함 사건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뜻을 민튼 과장에게 전달했다.이형철은 이와함께 식량 지원과 경제제재 추가완화,중유공급 일정준수등 기존의 전제조건을 계속 제시하며 4자회담을 위한 3국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밝혔다.이에대해 민튼 과장은 잠수함 사건은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에 발생한 문제이므로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우리정부는 이형철이 민튼 과장을 만나 소곤거리는 식으로 이번 사건을 어물쩡넘기는 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잠수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조치로 4자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이날 회담 직후 이형철은 납득할 만한 조치의 이행과 관련,평양에 청훈했다.

30일 열린 2차 접촉은 이형철이 평양으로부터 전달받은 훈령을 갖고 나온 자리였다.한·미 양국은 북한이 긍정적인 태도로 나와 뭔가 새로운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으나 이형철은 이 자리에서 오히려 『잠수함 승무원을 사살한 남한측이 사과해야 한다』고 역공세를 편뒤 31일(한국시간 1일)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실제로 이형철이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북한 당국이 이형철을 뉴욕에 보낸 것은 잠수함 사건이후 쏟아지는 국제적인 비난과 압력을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모면하려는 속셈이었다.북한이 목적했던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면 이형철이 되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미국측이 붙잡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북한은 미국측에 『미사일·유해송환 협상을 하기로 했던 것 아니냐』면서 계속 미끼를 던지고 있다.북한 국경을 넘어간 에반 칼 헌지커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계속 미국과의 접촉을 유지하려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태도가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돌아가는 이형철을 절대로 잡지 말라』고 미국에 조언하고 있다.상대가 강하게 나가야 입장을 바꾸는 것이 북한이기 때문이다.<이도운 기자>

1996-1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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