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겨냥 외국자본 “밀물”(대전환의 시대:2)

고금리 겨냥 외국자본 “밀물”(대전환의 시대:2)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6-10-14 00:00
수정 1996-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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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금리 무기에 무방비/선진 금융기법 개발 시급/주식·채권 핫머니 성격/통화관리 더욱 강화해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됨으로써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문은 자본이동 자유화 쪽이다.자본이동이란 국가간 돈이,주식이나 채권·차관 등의 형태로 이동하는 것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움직이게 마련이다.우리나라의 금리만해도 선진국에 비해 최고 5∼6%나 높기 때문에 외국자본은 늘 한국을 향해 투자기회를 노리게 된다.

○대기업 거시적 안목을

조흥은행 위성부 상무는 『선진국 은행들이 싼 금리를 제시하면 국내 우량기업들이 그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들이 단순히 금리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외국돈을 찾기보다는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도량이 아쉽다』고 말했다.그는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선진금융기법의 개발 및 위험(리스크) 관리체계 구축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OECD시대의 새로운 금융환경변화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확실히 외국자본이 국내로 흘러들어오게 되면 기업의 자금조달기회가 확대되고기업들은 보다 싼 이자로 돈을 구해 쓸 기회가 많아진다.그러나 국가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통화·물가·성장·국제수지 등 모든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동시에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금융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금융산업과 자금은 이른바 산업의 동맥이다.이같은 동맥과 피가 외국자본으로 메워지면 산업전체의 식민지화가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OECD 가입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회원국들과 이 부문에서 가장 많이,그리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이동 자유화 조치는 오는 98년 12월부터 외국은행 및 증권의 국내 현지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등 국내 금융산업의 본격적인 개방화 조치와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국가간 자본이동은 포트폴리오 거래 및 신용거래가 대표적이다.

○금융개방 조치 맞물려

주식의 경우 종목당 외국인 전체의 주식투자 한도는 현재 20%에서 97년에는 23%로,98년에 26%로,99년에는 29%로 한 해에 3%포인트씩 높아진다.그러다가 2000년에는 한도가 완전히 없어진다.그러나 외국인 국내주식투자가 허용된 92년 이후 외국인투자의 상당부분은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적 투자가 많은 반면 단기차익을 노린 매매비중은 크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국내증시나 거시경제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게 재경원의 분석이다.그렇다고 속단하거나 안심할 일은 아니다.우리에게 주어진 2000년까지의 유예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우리경제의 새로운 관건이 될 것이다.

자본이동중에서도 기존 회원국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됐던 부문은 채권 및 현금차관이다.우리정부가 OECD에 가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것만은 내줄 수 없다』며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부문이다.채권시장의 개방일정을 보면 중소기업의 무보증 전환사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연내에,중소기업 무보증 장기채(5년 이상)는 내년 중에 각각 허용된다.또 대기업의 무보증 전환사채는 98년에,무보증 장기채(5년 이상)는 99년에 각각 자유화된다.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국채 및 대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개방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유보시켰다.OECD측은 이 부문의 개방확대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우리측은 내외 금리차가 2%정도로 좁혀지거나 물가가 3%대에 이르는 시점에서 개방폭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성과를 올렸다.이런 노력들로 자본이동 및 경상거래 부문에서의 우리나라 자유화율은 65%(52개 유보)로 OECD 회원국 평균(89%)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입이 확정됐다.

○국책 개방유보는 성과

이같은 높은 유보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자유화 조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후속조치 마련은 시급하다.국내의 금융시장은 내년부터 당장 인수·합병의 대격변에 휩싸이게 된다.정부가 정기국회에서 인수 합병을 쉽게하고 이를 이유로 한 정리해고제까지 도입토록 하려는 것은 당연한 자구책일 수 있다.그동안의 양적 성장정책이나,문만 열어놓고 기다리는 식의 금융경영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권재중 박사는 새로운 통화신용정책과 관련,『주식이나 채권은 수시로 매수·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금융상품보다 오히려 핫 머니 성격이 강할수도 있기 때문에 금리 및 환율 등의 간접지표를 중시하는 통화관리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오승호 기자〉
1996-10-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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