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마음의 익음찾는 고향길로(박갑천 칼럼)

한가위… 마음의 익음찾는 고향길로(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6-09-25 00:00
수정 1996-09-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굴원의 명문 「하늘에 묻는다」(천문)는 천문에서 인사에 이르기까지 1백72가지에 대해 『왜?왜?』를 연발한다.거기 이런 대목이 있다.『달빛은 어떻게 얻어지며 이지러졌다가 또 자라나는가.그달이 좋은게 무엇이길래 돌아보면 토끼가 그가운데 있는가』

「그가운데 토끼」가 유난히 또렷해지는게 가을달­한가위달이다.장대로 치면 떨어질것만 같은 맑은 달은 써늘한 빛으로 사람마음도 맑힌다.모습까지 아름답게 비춰낸다.장화·홍련의 계모라 해도 춘향이로 만들어낼 빛이다.진나라 간보의 「수신기」에서 돼지가 미녀로 나타나는 얘기도 신비로운 한가위달빛 까닭이 아니었던가.

­산수 좋아하는 절강의 이분은 사명산에 들어가 산다.그산 기슭에서는 「돼지치기 장씨」가 돼지 10여마리를 자식처럼 기르고 있었다.팔월 보름날밤 이분은 달빛아래 거문고를 탄다.

담장밖에 인기척이 있어 가봤더니 웬 미녀? 『서왕모 아래있는 선녀 아닌지요?』 보동보동 도담한 살결.둘이는 잠자리를 함께한다.닭이 홰치자 간다고 나선 여자의 신을 한짝 뺏어놓는다.아침에 보니 침대맡에서부터 나있는 핏자국.그걸 따라갔더니 장씨 돼지우리로 이어졌고 한마리 돼지가 성이나 달려든다.그 돼지의 발목하나가 떨어져나가고 없었다.

토끼만 달의 한가운데 있는게 아니라 한가윗날 또한 달(음력8월)의 한가운데 있다.그래서 한가위의 「가위」와 「가운데」는 그말뿌리가 같다.「□」이라는 할아버지한테서 갈려났으니 한핏줄이다.하나는 그할아버지 말에 「□」가 붙어 변한 끝에 「가위」로 되고,다른 하나는 거기 「□」이 붙어서 매김꼴(관형사형)이 된데다 「곳」을 뜻하는 「□」가 붙음으로써 「가운데」로까지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한문으로 중추라 이르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고 하겠다.

수릿날이나 한가위 같은때 즐겨 놀았던 씨름판에서 무승부를 가리켜 「가웃」이라는 말을 썼다.겨룬 사람 서로가 절반은 이기고 절반은 진 상황이 무승부 아니던가.그러니 경기내용은 「가운데」인 셈이다.이런 말이야말로 스포츠기사 같은데서 살려나갔으면 싶다.



올농사는 잘 되었다고 한다.우순풍조한 날씨덕분에 과일도 곡식도 옹골지게 영글었다.그 고향땅으로 흩어져있던 푸네기들이 띠앗머리 찾아 모여든다.두런두런 왁자지껄 얘기에 끝이 있겠는가.한가위는 익음의 계절속에 있는 「한가운데날」.마음의 익음과 마음의 한가운데를 생각해보는 나들이길로 삼아보자.<칼럼니스트>
1996-09-25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