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도」와 승은호 회장:9·끝(테마가 있는 경제기행:47)

「코린도」와 승은호 회장:9·끝(테마가 있는 경제기행:47)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6-09-21 00:00
수정 1996-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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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애국애사」 사훈 걸고 고국투자 기회 타진/승 회장 정력적 사회사업… 인니에 한국심기 열중

승은호 회장은 쉴새없이 현장을 돌아본다.지난달 22일 코린도의 보세창고 공사장.

『저 철제기둥은 쓸데없이 굵은 것을 사용했어….시멘트바닥 갈라진 부분 있지,이거 시공한 업체에 돈 다주지 못하겠다고 해.이 문짝은 어디서 만들었나.발로 만들어도 이것보다 잘 만들텐데.뭐 자체제작했다구…』 『비가 오면 홈통의 물이 넘칠 것 같은데,잘 계산해서 홈통을 여러개 설치해야 겠어.남의 물건 비맞히면 물건 값 물어주고 뭐가 남아.빨리는 하되 엉터리는 안돼』 승회장은 「야단 반 격려 반」 벌써 완공됐어야 할 보세창고 건설작업을 챙기고 있었다.

승회장은 신중하다는 평을 듣는다.그러나 일단 결정하면 일사천리다.때에 따라 지나치게 꼼꼼할 때도 있다.이런 꼼꼼함이 오늘의 코린도를 있게 했는 지 모른다.

(주)대우 주재원으로 현지에서 4년 일했던 이기훈 대조양행 전무는 『코린도가 외국인이라는 제한속에서 그룹을 이룬 것은 한국의 잣대로 보면 별 것 아니지만,인도네시아 시각에서 보면 하나의 기적』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제대로 성공한 예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승회장은 사업비결을 물으면 『운이다』『열심히 하다보니 커졌다』고 말한다.『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기회와 여건이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우며,선견지명을 갖고 투자한다는 것은 궤변』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그는 사업을 골프에 비유한다.『핸디 싱글인 사람도 어느날 날씨가 안좋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90을 넘긴다.사업은 바로 골프와 같다』 승회장은 핸디 6이다.그래서 컨테이너 제조사업 등 잘 안되는 사업이 있지만 낙담하는 편이 아니다.

앞으로 코린도가 얼마나 커질 지는 미지수다.인도네시아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경제정책의 흐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무한확장은 어렵고 코린도 역시 언젠가는 주력업종 중심으로 재편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코린도가 고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그러나 아직은 여건이 미흡해 주저하고 있다.승회장은 미흡한 게 뭐냐고 묻자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부담없이 송금·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코린도 전신인 인니동화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을 때 사훈이 「인화단결」이었다.수구초심 이랄까.코린도는 현지에 진출한 뒤 사훈을 「애국애사」로 바꾸었다.

승회장이 현지에서 정열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회사업도 조국에 대한 애정표현에 다름아니다.그는 한인학교 이사장으로 인도네시아 한인학교의 산파역을 했다.한인회장이면서 해외 평통자문위원도 겸임하고 있다.곧 3백만달러를 출연,한·인도네시아 장학재단도 만들어 인도네시아의 유수한 인재을 뽑아 한국에 유학시킬 계획이다.인도네시아에 한국을 심기 위해서다.

이국에서 맨손으로 부를 일군 망명기업,코린도.코린도 임직원들은 지금도 고국을 바라보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권혁찬 기자>
1996-09-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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