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일수록 말 삼갈줄 알아야(박갑천 칼럼)

어른일수록 말 삼갈줄 알아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6-08-22 00:00
수정 199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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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경은 우리 전통사회의 미덕이었다.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외롭지 않고 당당했다.그렇다고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굴었던 것은 아니다.예절을 바로 지켜야 어른구실 제대로 한다지 않았던가.가령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 올리는 혼정신성도 그렇다.아랫사람이 드리는 인사를 그렁저렁 아무렇게나 받는 것은 아니었다.몸가짐·옷매무시 바로 하고서 받아야 했으니 요즘 어른이라면 『귀찮은 짓 그만두라』고 할 판이다.공경해야 할 만큼 공경받을 만하게 처신했던 옛어른들이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아랫사람 또한 아랫사람다워진다.『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군군신신부부자자:「논어」안연편)는 가르침이 왜 나왔겠는가.사회구성원 모두가 제각기의 자리에서 그 구실을 온전히 해야 그 사회는 밝고 튼실하게 굴러간다는 생각이었다.아비는 자애로워야 하고 자식은 효성스러워야 한다(부자자효)는 것도 아비(어미)답고 자식다운 모습을 올바로 가지라는 뜻.사실 우리사회는 ∼답지못한 사람의 ∼답지 못한 행실로 해서 말 많아지고 거칠어져간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고 어버이는 어버이다운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나무라며 가르칠 자격은 그때 생긴다.공안국은 『비록 아비가 아비답지 못해도 자식은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문효경서)고 했다.

하지만 그건 공자 12세손다운 말일 뿐이다.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설득력이 약해진다.역시 어버이에게는 본보임이 있어야 한다.몸가짐에서 말씨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 점에서 초등학생이 그 어버이의 「언어폭력」에 충격받고 있다는 한 조사결과에 주목해야겠다.괜히 낳았어,내다버렸으면 좋았을 걸,집안의 골칫거리야… 같은 말들.이런 말 쓰는 어버이라면 행실도 그 수준 아닐지.듣는 어린이로서는 거우는 마음이 고개들면서 더러는 자살충동도 느끼고 어버이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니 심각하다.꺼두르는 듯한 막말은 어버이답다 할 수 없는 것.옛날 황희 정승을 감동시킨 농부는 소가 들을세라 소곤소곤 귀엣말했다지 않던가.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말은 어렵다.삼가야 하고 존조리 가려써야 한다.윗사람의 경우는 더더구나 그렇다.그걸 우리의 한 선인은 이렇게 가르친다.『비록 신통한 약이라도 병이 뜨거운 환자가 먹으면 죽고 비록 대수롭잖은 것이라도 병이 뜨거운 환자가 먹어서 살아나기도 한다.말을 하는 이치 또한 이와 같다』(이지극 「토정집」:소)<칼럼니스트>
1996-08-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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