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에 가까운 환대속 시종 “화기애애”/라모스 대통령 단독회견기

파격에 가까운 환대속 시종 “화기애애”/라모스 대통령 단독회견기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6-08-05 00:00
수정 1996-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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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대화… 예정시간보다 30여분 길어져

라모스 대통령과 손주환 서울신문사장의 단독회견은 회견시작부터 끝까지 시종 파격에 가까운 환대와 화기속에 진행됐다.그것은 라모스 대통령의 소탈한 성품탓도 있겠고 서울신문과 한국에 대한 그의 높은 관심과 애정에 기인한 것으로도 생각됐다.물론 두가지 다 작용했을 것이다.

회견은 당초 대통령 집무실인 말라카냥궁의 「리잘 룸」에서 1일 하오 5시부터 40여분간 진행키로 예정돼 있었다.그런데 라모스 대통령이 고집해 회견시간은 정확히 1시간10분이 걸렸다.그는 배석한 공보장관이 시간이 다됐다는 눈치를 수차례 주었음에도 막무가내로 회견을 끌고나갔다.

라모스 대통령은 회견시작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안부와 한국전참전 이야기로 풀어나갔다.그는 『이번에도 김대통령을 다시 만나면 조깅과 농구를 함께 하고 싶다』며 김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그리고 한국전 참전시절을 회상할때는 「삼팔선」 「철의 삼각지」 「철원」 「중공군」등 당시 지명과 인명 등을 정확한 한국어로 발음해 우리측을 놀라게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자 라모스 대통령은 불을 붙이지 않은 시가를 입에 물었다.그는 담배를 끊은 지가 수년째 되는데 지금도 진지한 이야기를 할때면 자신도 모르게 시가에 손이 가 마른 시가를 입에 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는 측근의 설명이었다.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그는 마디마디 농담과 해학을 섞어가며 좌중을 부드럽게 이끌어갔다.그는 지난 86년 마르코스 독재를 물리친 필리핀 피플혁명의 영웅이었다.당시 군참모총장 신분으로 말라카냥궁앞에 진주한 탱크위에 올라가 『우리는 독재자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다』라고 사자후를 토하던 사람이다.인자한 할아버지같은 그의 몸 어디에 그런 무서운 투지가 숨어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그는 퇴임하면 소원이 『골프 핸디를 줄이는 것』이라는 소박한 대통령이다.

무엇보다도 감명깊은 점은 그의 「세일즈 대통령」으로서의 면모.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선 채로 그는 10여분을 한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홍보에 할애했다.「필리핀 기업활동을 위한 핸드북」「아·태시대의 필리핀 비즈니스」등 비즈니스 관련 홍보책자와 홍보용 컴퓨터 디스켓까지 준비해와서 보여주며 한국기업의 진출에 서울신문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20년의 마르코스 독재가 남긴 암흑기를 지나 새로운 필리핀 건설을 위해 그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그는 인터뷰 말미 인삿말도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끝맺었다.

기념사진 촬영 때 그는 손사장에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드는 thumbs­up을 제의하며 밝게 웃었다.〈마닐라=이기동 특파원〉
1996-08-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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