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빠진 의장성명/이도운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4자회담」 빠진 의장성명/이도운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6-07-25 00:00
수정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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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폐막후 공식배포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성명을 들여다보면 「뭔가 빠진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갖게된다.곰곰이 따져보면,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국가들간의 유일한 정치·안보협의체인 ARF성명에 동북아의 가장 큰 안보현안인 4자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준비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은 4자회담을 수용해야 한다」는 문구를 의장성명에 담으려 했다.지난달 리옹에서 열린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를 포함한 참가국 정상들이 그같은 촉구를 공동성명에 담은 점에 비춰봐도 이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듯한 요청이 이뤄지지 못한 사정을 알게되면 정부의 사전준비 소홀을 탓하기보다는 주변국들의 태도에 대한 씁슬함으로 느낌이 바뀐다.의장성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4자회담 수용촉구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반대한 나라는 중국이었다.중국은 『그런 문구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그런 중국에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몇몇 아세안 국가들이 합세했고,컨센서스(전원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회의진행 방식 때문에 우리측으로서는 4자회담 촉구조항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ARF 의장성명이 4자회담을 촉구한다고 해서 북한이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태도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중국은 얼마전 북경을 방문한 앤터니 레이크 미국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에게 한반도 휴전협정 당사국으로서 4자회담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일단 4자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측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는 기본원칙을 전달했다.중국이 4자회담이 성사된 이후 북한의 입장을 지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치자.그러나 4자회담에 찬성한 뒤에도 우리측이 북한에 4자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것조차 저지하려는 태도에 실망감을 갖게되는 것이다.

ARF에 이어 24일 열린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담(ASEAN PMC)이 개최된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의 대회의실에서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의 대표단은 바로 이웃해 자리를 잡게됐다.공로명 외무부 장관과 조원일 외교정책실장,김하중 아태국장 등 우리측 대표단과 중국측의 전기침 외교부장관,진건 외교부 대변인 등은 아무일 없었다는듯 친밀하게 포옹도 하고 농담을 섞어가며 인사도 나눴다.물론 25일로 예정된 한·중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우호의 말들이 오가겠지만 역시 그들의 우리에 대한 관심은 경제쪽에 치중될 것이다.

우리와 중국도 어차피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될 수밖에 없는 관계인지도 모른다.〈자카르타에서〉
1996-07-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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