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대변인:1(테마가 있는 경제기행:1)

그룹 대변인:1(테마가 있는 경제기행:1)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6-07-16 00:00
수정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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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회장 이미지 관리 총괄… 여론의 초병/부정적 보도엔 몸바쳐 방패구실… 밤샘 다반사/PCS 등 굵직한 사업엔 사운 걸머지고 홍보전

서울신문은 16일부터 새 시리즈물 「테마가 있는 경제기행」을 싣는다.테마 경제기행은 주요 경제주체와 이슈들을 심층적이면서,따뜻한 읽을 거리로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관행적 보도방식을 넘어서고 금기시돼온 영역도 시리즈의 테마로 삼을 예정이다.제1편 「그룹대변인」은 이 기행의 시작이다.언론과 가까이 있으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온 그룹홍보실의 실상을 알리려는 기획이다.그룹대변인편에 이어 경제부처와 정책,기업과 경영등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물이 실린다.

재벌그룹 대변인.

여론에 대해 회장을 책임지며,그룹의 주요사업 홍보를 관장한다.그룹과 회장을 위해 최전방에 배치된 「초병」이자 얼굴들.변화무쌍한 정치·경제적 격변속에 살아온 한국기업의 대변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특이한 위상과 기능을 가졌다.그들은 누구인가.

영업과 판매가 정규군끼리의 싸움이라면 홍보는 여론(언론)이라는 비정규군과의 유격전이다.마당발은 기본이다.특정사안에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도 하다.최근 이들이 치른 대표적 격전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이다.재벌들이 사운을 걸었던 PCS는 엄청난 광고물량공세와 함께 총력체제로 싸운 한바탕의 「재계 팀스피리트」였다.

거대그룹마다 그룹홍보회의를 운영한다.여기서 공동홍보전략을 짜고 업무협조를 논의한다.그룹의 회장실 또는 기조실소속 홍보임원이 이 회의를 주재한다.때문에 그룹의 대변인은 이들 회장실의 홍보임원들이다.삼성은 승용차사업에 진출할때 이 회의를 풀 가동했다.삼성계열사 홍보임원들이 승용차사업진출당위성을 똑같은 소리로 내게 한 배경이다.PCS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마전 대그룹 홍보실에서는 「LG를 배워라」가 유행한 적이 있다.씨프린스호의 기름유출사고에다 이를 무마하려는 뇌물사건이 터졌음에도 그룹이미지에 큰 손상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대여론관리 노하우를 배우자는 거였다.LG에 대한 벤치마킹이면서 대그룹중 LG가 이미지면에서「평판이 좋다」는데 기인한 것이었다.벤치마킹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추측들은 있었다.회장의 격의없는 스타일,호유해운에서 LG냄새가 나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들이 부각됐다.

삼성그룹 홍보팀들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 에스원주식을 「정당하게」인수했음에도 이 기사가 보도되자 기사방향을 고쳐보려고 밤새 고생해야 했다.「부의 세습」을 시사하는 듯한 이 기사가 그룹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룹대변인들은 회장지시를 기다리지 않는다.보도가 회장심기를 건드리거나 그룹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모든 수단을 투입한다.언론사에서 밤을 새우고 언론사 간부집 앞에서 지켜서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여기에 이들의 애환도 있다.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그들은 회장과 회사를 위해 불을 밝힌다.술상무는 기본이고 신문가판에 「잘못된 기사」(제대로 된 기사라도 그룹에 불리하면 잘못된 기사)라도 나는 날은 밤샘이다.

회장의 이미지와 「안위」를 위해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관리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그들에겐 대신총수의 사무실 문이 늘 열려 있다.비자금사건때 검찰청사로 들어가던 총수들은 모두 그룹의 대변인을 대동했었다.이들의 그룹내 위상을 상징하는 사례다.때문에 고속승진의 길도 열려있다.그러나 여론상대가 본업인지라 「잘해야 본전」인 경우가 많다.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되면 끝이다.페놀사건이 대표적이다.

휴가를 제때 가면 제대로 된 대변인이 아니다.그들에겐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일을 하다 몸을 사르는 것도 이들이다.〈권혁찬 기자〉
1996-07-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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