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협상력 키워야 한다/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세계화시대 협상력 키워야 한다/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김석준 기자 기자
입력 1996-05-14 00:00
수정 1996-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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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협상능력이 국내외에서 더욱 중요한 것으로 대두하고 있다.남북한문제 관련,4자회담에 대해 양해와 협조를 얻고자 러시아를 방문했던 외무장관이 대통령친서를 직접 상대국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못하는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귀국했대서 야당에서는 문책을 거론하기까지 하였다.외교문서변조사건이 발생하여 상대국과의 외교문제는 물론 국내정치와 6·27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월드컵유치를 위한 민간의 협상력의 중요성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WTO체제의 출범 이후 국제무대에서의 협상력이 국가경쟁력과 국익에 직결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무대에서 만이 아니다.국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민주화와 지방자치의 전면실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행정부와 의회,노동자와 사용자,각종 이해관련 집단과 이익단체 간의 협상과 타협이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으로 그 중요도를 더하고 있다.이제 자유와 평등,자율과 책임이 전제되는 협상력의 구축과 사회 각 분야에서의 협상문화의 정착은 우리사회의 절실한 과제로 대두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국내외에서 모두 충분한 협상능력을 지니지 못하여 걱정되는 바 크다.정치외교는 물론 세계시장에서의 정부와 민간의 협상능력도 지극히 낮은 차원이다.기본 문제는 협상전문가가 부족하고 관련분야 업무가 철저하게 전문직업주의의 정신으로 수행되지 못하는 데 있다.과거에 비해 우수인력들이 외교관을 지망하는 경향이 줄어들게 되어 정부가 장기 해외체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외무고시제도를 도입하기까지에 이르렀다.이 제도가 성공하여 우수한 외교전문가가 대거 충원되어 대외협상 능력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 한다.

이와함께 국내에서의 정부협상 능력증진을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노사관계법개혁,고속전철이나 영종도신공항 건설 등과 같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제정 또는 사회간접자본건설특별법의 추진 등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민주화시대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은 아니다.아직 지방자치단체나 이해관련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적 행태가 극복되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바람직한 방법은 협상과 타협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우선 국내에서 여야 정당들이 성숙한 협상력을 중앙정치 마당에서부터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과거 정당들이 국회구성과 개원문제를 정치현안타결을 위한 볼모로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국회법까지 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5대총선 이후 일부 정파에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크게 염려되는 일이다.어떤 문제든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보여야 한다.4·11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비교적 전문성을 지닌 참신한 인사들을 국회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진출시킨 의미를 정치지도자나 여야국회의원들은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

국회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 각 정당이나 국회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협상태도에 관한 체계적인 연수가 있어야 한다.또한 원내총무나 각 상임위원회 간사의 선정도 선거방식을 도입하고 나아가 국회의원들이 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소속 정당으로부터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교차투표제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이렇게될 때 각 정당에서 상향식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당내민주화가 정착할 수 있어서 정당간 협상력 그 자체를 키울수 있게 된다.

행정부에서도 외무부만이 아니라 모든 부처 공무원들이 전문성과 협상력을 겸비하여 지방화와 민주화시대에 걸맞게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도록 해야하겠다.각급 정부와 의회는 물론 대학등 교육기관이나 이익단체들도 협상전문가를 양성하고 협상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의약분쟁에서 보듯 당사자와 정부가 못하면 시민단체라도 협상력을 발휘하여야 한다.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세계화와 민주화의 시대에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와 달리 상호공존과 타협을 전제로 하는 협상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요구하는 일이다.흑백논리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타협과 협상이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를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길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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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지방화가 더욱 촉진될수록 국가협상력 수준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깊이 영향을 줄 것이다.국가협상력의 배양에 중앙과 지방의 행정부와 의회,이익단체,대학,모든 국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국가협상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1996-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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