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을 바꿔라/권오휴 레오버넷선연 대표이사(굄돌)

회사 이름을 바꿔라/권오휴 레오버넷선연 대표이사(굄돌)

권오휴 기자 기자
입력 1996-03-30 00:00
수정 1996-03-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광고인들도 광고에 관해서는 어엿한 전문가인데 상응하는 대우를 못 받는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많다.온갖 지혜와 땀을 쏟은 광고가 광고주의 승인과정에서 단번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호랑이가 고양이로 변해 버릴 때 광고인들은 허탈감에 빠져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우리는 왜 변호사 의사 회계사처럼 우리의 작품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10년 아니 20년 이상을 한길을 파도 이런 대접이니 어느 세월에 달라지겠는가?

일응 일리 있는 얘기이다.광고에 관하여 전문지식이 적은 광고주가 「사업은 내 사업」이라는 인식 하나로 자기 취향에 따라 졸속적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전문가 대우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지금은 작고한 미국의 전설적인 광고인의 얘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는 손수 만들어 미국 제1의 대행사로 키운 광고회사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 이럴 경우엔 내 이름을 딴 회사 이름을 바꾸시오.

광고를 만드는 데 보다는 돈을 버는 일에 시간을 보낼때.어느 광고도 완벽하게 좋을 수는 없다는 불안스러운 마음을 잃어버릴 때.일을 잘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근성이 사라질 때.좀더 신선하고 기억에 남으며 신뢰할 만한 말과 그림의 조합을 끝없이 추구하지 못할 때.더 좋은 광고가 이 회사의 전부라는 생각에 온 힘을 바쳐 일하는 것을 그만둘 때.우리 회사의 알맹이이자 심장의 피가 되어 왔던 성실함을 타협하려 들 때.돈을 벌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회주의에 빠져 자기를 합리화하거나 편법으로 굽신거릴 때.얼마나 열심히 했나 얼마나 잘 만들었나가 아니고 단지 일의 규모에만 집착할 때.어떤 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 일 자체보다 그 일을 한 사람을 비난하기 시작할 때.진정으로 창의적인 광고회사가 되길 그만두고 단순한 입놀림으로 서비스할 때…

1996-03-30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