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끈기있게 대처하자/송복 연세대 교수·정치사회학(시론)

통일 끈기있게 대처하자/송복 연세대 교수·정치사회학(시론)

송복 기자 기자
입력 1996-03-05 00:00
수정 1996-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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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는 북한이 곧 붕괴하고 멀잖아 통일이 되리라 믿는 사람이 많다.이 지구위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이니만큼 통일의 열망도 그만큼 세다.갈라진 나라로는 대만·중국이 있다 해도 인구로 보나 크기로 보나 이들 나라는 분단국가라 하기 어렵다.

어떻든 우리도 월남이나 독일처럼 그렇게 소원하던대로 통일할 수 있을까.월남과 독일 통일의 공통점은 다른 한쪽이 저절로 「무너져 준 것」이다.전쟁을 치른 월남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미군 철수후인 75년,북쪽이 본격적으로 공격도 하기 전에 남쪽이 먼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그 대표적 예가 월남 중부의 요충지인 퀴논의 월남군이다.당시 퀴논에 포진해 있던 월남군 최정예부대 15만명이 월맹군 불과 7백명의 교란으로 군단장은 배를 타고 도망가고,사병은 뿔뿔이 흩어져 싸움 한번 해보지도 않고 부대가 내려앉은 것이다.지금도 하노이에선 그때 어떻게 그렇게 빨리 쉽게 통일할 수 있었는지,신기해 하기만 하는 회고담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미 CIA 도이치국장이 얼마전 말한것처럼 북한도 월남이나 동독처럼 「붕괴」할 것인가.그리고 그 붕괴는 우리의 많은 사람들이 믿는대로 통일로 이어질 것인가.

그러나 분명히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그것은 바로 북한의 「붕괴」와 한반도의 「통일」이다.붕괴와 통일을 등식으로 볼 것이냐,안볼 것이냐이다.확실히 월남과 독일의 경우 「붕괴」는 곧 「통일」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그러면 우리도 그러한가.이 물음에 앞서 이들 나라는 어떻게 한쪽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었느냐의 풀이가 중요하다.

월남의 경우 남쪽 월남이 무너짐과 함께 그 정부를 떠받쳐줄 외부세력이 없었다는 것,그것이 통일의 필수요건이다.월남 스스로 붕괴했다 해도 외부세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새 정부를 세우고 군대를 재정비할 수 있다.그러나 월남은 2차대전 직후의 영국 세력도,그후의 프랑스 세력도,그리고 맨 마지막의 미국세력도 물러가고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였다.그 고립무원이 붕괴와 통일을 등식으로 만들어준 주요인이 된다.

이것은 독일의 경우에도 다르지않다.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때 거대한 소련제국도 붕괴되었다.이 두 사건은 거의 동시에 전후해서 일어난다.동독을 밀어주고 재건해 줄 외부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독일 또한 「붕괴」는 곧 「통일」이라는 성취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러한가.우리는 불행히도 21세기 초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중국이 북한의 배후세력으로 버티고 있다.북한이 「붕괴」되면 그 뒤에 있는 중국이 월남의 미국이나,동독의 소련처럼 팔장을 끼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중국과 북한은 수비동맹을 맺고 있다.그 시효가 만료되는 올해 더 이를 여지도 없이 연장할 것이라고,지난번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의 중국당 총서기 강택민이 기자회견에서 토로한 바 있다.

도이치 국장의 말대로 북한의 붕괴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해도,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면 또다른 「김정일 체제」를 중국은 북한에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이는 러시아도 똑같이 시도할 것이라는 것은 오랜 역사의 경험에서 불을 보듯 명백하다.그렇지 않고 북한의 붕괴가 남에 의한 통일로 이어지려면,중국에도 러시아에도 이 통일이 이익이 돼야 한다.현재의 분단이라는 현상유지보다 미래의 통일이라는 현상타파가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이익이 되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혹은 조건이 있다면 어떤 조건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통일 통일」하며,그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자유주의·자본주의가 좋다고 그들에게 선전하지 않는 것이다.「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만큼 지금 통일의 장애요소는 없다.자유민주주의를 외쳐대는 것만큼 통일의 저해요인은 없다.적어도 통일에 관한한 우리는 독일이나 월남만큼 운이 좋은 나라가 못된다.특히 월남과 달리 우리 주변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강대국이 너무 많다.북한이 아무리 「거짓된 세뇌와 억압과 공포의 복합체 국가」라 해도,그것이 냉혹한 국제관계를 바꿔놓지는 못한다.북한이 아무리 국민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 무능력 집단이라 해도 그때문에 중국이 수비동맹을 폐기할 가능성은 없다.

너무 통일을 초조히 기다릴 필요가 없다.한 50년 더 끈기있게 참고 준비나 하자는 다짐이 가장 좋은 통일방안일지도 모른다.
1996-03-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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