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과 일본이기기(박화진 칼럼)

3·1절과 일본이기기(박화진 칼럼)

박화진 기자 기자
입력 1996-03-01 00:00
수정 199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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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일곱번째 맞는 3·1절이다.우리에게 있어 「3·1절 그리고 일본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날의 이 아침이다.

특히 금년은 우리에게 3·1절이 있게한 일제의 패망과 3·1독립운동의 목적을 마침내 달성했던 광복후 50주년을 지내고 처음맞는 3·1절인 것이다.뿐만아니라 불과 50년만에 경제대국을 건설하고 정치·군사대국을 넘보면서 전성기의 일제를 능가하는 국력을 쌓은 일본의 아시아맹주를 노리는 패권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조짐이 여러가지로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한 3·1절이라 할수 있다.

「역사는… 적어도 일본의 경우엔 되풀이되는 것인가」,우리와 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저지른 과거의 잘못에 대한 그나마의 형식적인 사죄와 반성도 볼수없게된 지금이다.침략전쟁을 미화하는가하면 이웃나라에 대한 국권찬탈을 합법적인 것으로 정당화하고 나섰으며 식민지통치가 발전의 은혜를 베풀었지 않는가고 강변할 만큼 변한 일본이다.그리고 마침내 역사적·현실적으로 명명백백한 우리국토인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 억지를 부리고 있는 일본을 우리는 보고있다.

역사·지리적으로 어쩔수없는 숙명적 이웃이요 경쟁자인 이 일본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냉철한 이성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역사적 시점에 우리는 지금 서있다고 할수 있다.

오늘의 우리국민과 정부가 갖고있는 대일자세와 정책은 한마디로 광복과 건국초기 이승만대통령의 반일육과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있다.일제식민지로부터의 해방과 이데올로기분단의 건국이라는 한계상황의 불가피한 결과가 이대통령의 「반공과 반일」정책이요 국민교육이었다.그의 반일은 일제와 일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주된 내용이었다.그것이 지난 50년간에 걸친 우리의 대일자세와 정책의 기본바탕을 이루어 왔다고 할수 있다.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나름대로의 역사적 소임도 다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일자세와 정책은 실력없는 이승만식 감정적 반일만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오늘의 일본은 보여주고있다고 할수 있다.분노와 증오의 반일은 결국 실속없는 감정의 폭발로 이어질수밖에 없는 것이었다.80년대초의 일본역사교과서 왜곡파동에서 볼수 있듯이 그것은 일본에 대한 일시적 견제는 될수 있어도 근본적인 억제책은 될수 없는 것이었다.지금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단기간에 쉽게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그 근본적인 이성적 억제책이며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을 능가하는 힘이요 국력이라 하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왜 일제에 망국의 한을 당해야 했는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그것은 오로지 사악한 일본제국주의 때문만인가.우리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는 것인가.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 일제탓으로만 돌린것은 아닌가 등에 대한 철저하고도 근본적인 발상전환적 자기반성에서부터 새출발해야 할 것이다.우리의 잘못과 책임이 더 크다고 각성할때 비로소 극일과 승일의 근본적인 일본대책은 시작될수 있다.결국 3·1절은 감정적 대일증오와 분노보다는 이성적 자기반성의 날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하고 역사왜곡은 물론 더이상 망언을 못하도록 할뿐아니라 독도에 대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할 「최선의 유일한」 방법은 결국 국력을 키우는 「부국」뿐이라고밖에 할수 없다.

그런 장기적 기본인식과 바탕의 노력위에서 가슴은 후련하나 실속없는 감정폭발 보다는,실속을 기할수 있는 이성적 대응을 냉철히 강구해 나가는 것도 현명한 대응일수 있다.무조건적이고 범국가적인 대일단결과 통합을 기하고 그것을 국가외교력으로 결집시키는 한편 역사왜곡과 망언 및 영토적 팽창주의가 계속되는한 일본의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문제등에 대해 중국을 포함하는 동병상련의 아시아제국과 외교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당장의 효과적인 억제책일수 있다.<심의·논설위원>
1996-03-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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