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수색,그 물빛 무늬」/성석제 「왕을 찾아서」/수색…모성에의 끝없는 그리움 토로/왕을…/시골깡패의 권력구조 작품화
30대 남성작가 둘이 나란히 신작장편을 내놓았다.이순원씨(39)의 「수색,그 물빛 무늬」(민음사)와 성석제씨(36)의 「왕을 찾아서」(웅진출판)가 그것.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두사람은 여성작가들이 휩쓸다시피 하는 최근 소설문단에서 어느새 소수가 돼버린 남성의 목소리를 모처럼 시원스레 털어놓고 있다.또한 신세대 작가들의 감수성 경쟁에 대들기라도 하듯 잘 풀린 이야기며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흔치않은 독서의 재미를 안겨준다.
90년대 초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압구정동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등 세태를 풍자한 잇단 압구정동 시리즈로 관심을 모았던 이씨는 새 작품에선 「가족사」를 파고들고 있다.이 소설은 지난 93년 「현대문학」6월호를 필두로 2년여간 여러 문예지에 분재됐던 여섯편을 묶은 연작소설.
소설은 작가인 남성주인공이 현재 겪고 있는 부부간 불화를 어릴적 친엄마로 알고 따랐던 「수호엄마」에 대한 추억과 엮어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수호는 소설 주인공인 작가의 이름.하지만 알고보면 수호엄마는 수호의 친어머니가 아니다.아버지의 첩을 거둬들인 어머니가 슬하의 5남매중 나이로 봐 가장 맞춤한 세째아들을 정붙이로 그녀에게 짝지어준것.그녀는 2년여를 같이 살다 주인공에게 애매한 서자의식만을 남긴채 떠나버린다.수호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주인공에게 원래 그녀가 살던 곳,수색을 향한 아련한 갈망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같은 작품을 통해 지은이는 모든것을 품어안는,자궁속같이 따뜻한 여성성을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모성을 안타까워 하는것 같다.
이에 견줘 「권력」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성씨의 작품「왕을 찾아서」는 훨씬 아버지의 세계에 가깝다.지난 8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91년 시집까지 상재한 시인의 이력이 이 작품 곳곳의 치밀하면서도 선연한 세부묘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지난 94년 이미 성씨는 첫 작품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를 통해 콩트와 잠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함축성있는 짧은 소설들을 선보였다.
시골깡패들의 잡다한 패권다툼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영웅담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눈이다.「지역」이라 불리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나 도시에서 터를 닦은 나 장원두는 한때 지역의 지배자였던 마사오가 죽었다는 소식에 급거 귀향한다.나의 회상속 마사오는 실제 대단한 싸움꾼이긴 했지만 그를 지배자로 만드는데는 실증되지 않거나 미화된 입소문들이 더 크게 작용했다.소설은 이 권력자를 둘러싼 군웅들의 도전과 권력찬탈을 기본축으로 깡패들의 다양한 세력과시방법,영웅에게 따르기 마련인 여성편력 등을 패기차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엮어낸다.
이처럼 파고드는 바는 서로 다르면서도 이 두 작품은 남성들 속에 공존하는 두가지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고 있다.어머니의 푸근함을 그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힘을 갈망하는 장년남성들은 두권의 책을 통해 평소 자신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을 읽고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하지만 모든것을 껴안는 포용력 있는 품엔 인고가,군림하고픈 권력욕을 채우는데는 복종이 뒤따라야 한다.그리고 그 인고와 복종의 주체는 여성이기 쉽다.그런점에서 이 책들은 누구의 욕망이든 다른 이의 희생으로 채워져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하는 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손정숙 기자>
30대 남성작가 둘이 나란히 신작장편을 내놓았다.이순원씨(39)의 「수색,그 물빛 무늬」(민음사)와 성석제씨(36)의 「왕을 찾아서」(웅진출판)가 그것.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두사람은 여성작가들이 휩쓸다시피 하는 최근 소설문단에서 어느새 소수가 돼버린 남성의 목소리를 모처럼 시원스레 털어놓고 있다.또한 신세대 작가들의 감수성 경쟁에 대들기라도 하듯 잘 풀린 이야기며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흔치않은 독서의 재미를 안겨준다.
90년대 초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압구정동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등 세태를 풍자한 잇단 압구정동 시리즈로 관심을 모았던 이씨는 새 작품에선 「가족사」를 파고들고 있다.이 소설은 지난 93년 「현대문학」6월호를 필두로 2년여간 여러 문예지에 분재됐던 여섯편을 묶은 연작소설.
소설은 작가인 남성주인공이 현재 겪고 있는 부부간 불화를 어릴적 친엄마로 알고 따랐던 「수호엄마」에 대한 추억과 엮어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수호는 소설 주인공인 작가의 이름.하지만 알고보면 수호엄마는 수호의 친어머니가 아니다.아버지의 첩을 거둬들인 어머니가 슬하의 5남매중 나이로 봐 가장 맞춤한 세째아들을 정붙이로 그녀에게 짝지어준것.그녀는 2년여를 같이 살다 주인공에게 애매한 서자의식만을 남긴채 떠나버린다.수호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주인공에게 원래 그녀가 살던 곳,수색을 향한 아련한 갈망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같은 작품을 통해 지은이는 모든것을 품어안는,자궁속같이 따뜻한 여성성을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모성을 안타까워 하는것 같다.
이에 견줘 「권력」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성씨의 작품「왕을 찾아서」는 훨씬 아버지의 세계에 가깝다.지난 8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91년 시집까지 상재한 시인의 이력이 이 작품 곳곳의 치밀하면서도 선연한 세부묘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지난 94년 이미 성씨는 첫 작품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를 통해 콩트와 잠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함축성있는 짧은 소설들을 선보였다.
시골깡패들의 잡다한 패권다툼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영웅담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눈이다.「지역」이라 불리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나 도시에서 터를 닦은 나 장원두는 한때 지역의 지배자였던 마사오가 죽었다는 소식에 급거 귀향한다.나의 회상속 마사오는 실제 대단한 싸움꾼이긴 했지만 그를 지배자로 만드는데는 실증되지 않거나 미화된 입소문들이 더 크게 작용했다.소설은 이 권력자를 둘러싼 군웅들의 도전과 권력찬탈을 기본축으로 깡패들의 다양한 세력과시방법,영웅에게 따르기 마련인 여성편력 등을 패기차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엮어낸다.
이처럼 파고드는 바는 서로 다르면서도 이 두 작품은 남성들 속에 공존하는 두가지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고 있다.어머니의 푸근함을 그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힘을 갈망하는 장년남성들은 두권의 책을 통해 평소 자신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을 읽고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하지만 모든것을 껴안는 포용력 있는 품엔 인고가,군림하고픈 권력욕을 채우는데는 복종이 뒤따라야 한다.그리고 그 인고와 복종의 주체는 여성이기 쉽다.그런점에서 이 책들은 누구의 욕망이든 다른 이의 희생으로 채워져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하는 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손정숙 기자>
1996-02-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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