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한쪽·커피 한잔도 바라지 말자(선거풍토 개혁 내손으로:4)

귤 한쪽·커피 한잔도 바라지 말자(선거풍토 개혁 내손으로:4)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6-02-12 00:00
수정 1996-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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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자체보다 「못본척」이 더 큰 문제/스스로 꾐에 빠졌어도 고발의 용기를

『인천 학익동에 사는 주부인데 「1일 무료사용」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동네 찜찔방에 갔더니 40∼50명의 아주머니들이 한치회와 귤을 공짜로 나눠먹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시민단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사무실에는 요즘 하루 평균 10여통씩 제보전화가 걸려온다.불법·탈법 선거운동을 고발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제보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지난주에는 동대문구에 사는 한 주민이 『하오 7시에서 8시사이에 옆동네 청년·여성회장들이 「국·국회를 의미)」자가 겉포장에 새겨진 과자세트를 나눠받았다』고 알려왔다.

공선협은 지난 3일 최근 접수된 제보가운데 혐의가 확실한 4건을 선관위를 통해 검찰에 고발조치했다.총선날짜가 다가올수록 고발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권재경간사는 『다음달 쯤이면 제보전화도 하루 1백여통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별도로 전화만 받는 임시직원을 여러명 채용해야 할 판이다.김성수사무처장은『과거 권력형 부정부패의 대표적인 예가 선거부정이었다』면서 『그러나 문민정부들어 관권 개입이 줄고 선거법이 획기적으로 개정되면서 이에 용기를 얻은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어느때보다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요즘 밤늦게까지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한 후보자측이 특정 사안에 대해 불법인지를 미리 확인하려는 내용이 부쩍 늘었다.그만큼 시민의식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지역 선관위등에는 『후보자가 친구와 함께 다방에 가서 찻값을 내려하는데 시민이 고발하면 처벌대상이 되는가』에서부터 『후보자측 인사가 집들이를 2∼3차례 나눠서 하면 단속대상이 되느냐』에 이르기까지 생활주변에 관한 문의가 적지않다.선관위관계자는 이같은 문의를 하는 사람중에는 후보진영에 기술적으로 접근,조그마한 이익이라도 챙겨보려는 검은 양심도 적지않다는 분석이다.나름대로 탈법,불법의 기법을 익혀 후보진영등에 접근하는 선거꾼들이 아직도 여기저기서 기회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의 불법 불감증도 문제다.주부 K모씨(49·송파동)는 『지난 14대 총선때는 모당 후보로 부터 케이크등을 받았는데 이번엔 아직 특별한 선물을 받지 못했다』고 실토하고 『간단한 선물을 받은게 선거법위반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선협 김사무처장은 『후보가 유권자를 타락시키는 예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많다』면서 『주변의 꾐에 빠져 어쩔 수 없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용기있게 제보할 수 있는 시민정신이 구태의연한 선거관행의 답습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선관위 노경섭단속계장은 『공명선거에 대한 시민의식은 분명 향상되고 있다』고 전제한뒤 『특히 6·27지방선거 이후 최근들어 시민제보가 활발해지면서 후보진영은 물론 시민들의 금품요구등의 불법사례등에 대한 적발이나 제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연세대 등 다른 대학들도 동참할 움직임이다.각 단과대 사무실이나 하숙촌 주변에 전화기에 부착할 수 있도록 공선협이 만든 「불법선거 고발스티커」를 돌릴 예정이다.선거부정 고발창구의 전화번호(02­747­9898)가 적힌 고발스티커는 이달중 대학가뿐만 아니라 전국 사무실과 주택가를 중심으로 2백만장이 뿌려진다.불법행위를 보고도 못본체 하는 것은 부정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 공명선거를 정착시킨다는 의도이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첫발을 들인 신한국당 서울 관악을 지구당 박홍석위원장은 지역내 노인정이나 새벽 약수터에서 유권자들의 「매서운」 눈초리에 놀랐다고 한다.하다못해 귤이라도 몇쪽 권하려 해도 선뜻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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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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