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원 파업… 옐친 「쓸쓸한 생일」(특파원 수첩)

광원 파업… 옐친 「쓸쓸한 생일」(특파원 수첩)

류민 기자 기자
입력 1996-02-03 00:00
수정 199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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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1일 65회 생일을 맞았다.불행하게도 같은날 광원들이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갔다.50여만명의 광원들은 수개월째 밀린 임금을 요구하며 조업을 중단한 채 가두시위도 벌였다.옐친 대통령은 평소처럼 예고로프 비서실장으로부터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데 이어 러시아정교회 주교,상원의장 등을 차례로 만나 환담했다.그러고는 하오 모스크바 근교의 집에서 가족·친구들만으로 생일 저녁을 쓸쓸하게 보냈다.수십만명이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데 공개적인 생일잔치는 격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원들의 시위가 체불임금을 못받는 다른 국영기업 노동자,나아가 전국적인 노동자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대선을 앞두고 있는 옐친진영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선거캠페인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그렇지않아도 체첸사태로 만신창이가 되어 옐친의 인기도가 대선출마예상자들중 5위로 전락한 상황이 아닌가.

광원들의 전국적인 시위는 예고된 것이었다.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광원들은 체불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전국적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하지만 총선이후 옐친정부를 포함한 어느 정파도 이들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정당들은 오히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데만 주력했다.옐친 대통령 자신부터가 그랬다.공산당에 표를 주었던 유권자를 겨냥해서는 『사회보장체계가 미흡했다』『공직자 부정이 심했다』며 이 부분에서의 특단의 조치를 「명령」했다.개혁진영에 표를 찍었던 유권자를 향해서는 『개혁은 지속될 것』이라고 안심시켰고 민족·국수주의자들을 향해서는 『러시아기업,러시아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외교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프리마코프 신임외무장관은 내치 상황은 아랑곳없이 『친서방 일변도의 외교노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취임직후 독립국가연합(CIS) 소속국가 규합에 열정을 쏟아왔다.대선출마를 공식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옐친정부의 행보는 모두 대선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다.하지만 광원들의 마음을 돌이키기에는 때가 다소 늦은 것 같다.『민생고를 해결하라』는 광원들의목소리는 이제 임금지불 보장장치,광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확대 등 구조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옐친의 개혁적 이미지도 빛이 바래가는 느낌이다.옐친정부는 현안을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해결하려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91년 옐친이 옛 소련지도자들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벌일 때 광원들은 옐친의 최대 지지세력이었다.그러나 그들이 이제는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모스크바=유민특파원>

1996-02-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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