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점으로 군실세 권력전면에

김정일 정점으로 군실세 권력전면에

유은걸 기자 기자
입력 1996-01-08 00:00
수정 1996-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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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지연속 김영춘·김광진·조명록·이하일차수 떠올라/당제치고 군부가 실권 장악… 모택동식 통치/최악의 식량난속 체제유지에 안간힘

북한은 누가 다스리고 있는가.김정일인가,아니면 군부인가.김일성이 사망한지 1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하지않은 상태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이 감지됨으로써 이같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1일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된 북한의 신년사는 김정일을 「당 수반」이라고 호칭하고 있고 북경주재 북한대사 주창준은 3일 김정일이 오는 7월이후 권력을 승계할 것임을 시사했다.또 4일에 있은 인민무력부 궐기모임에서 참가자들은 「김정일 영도체계를 확고히 세울 것」을 다짐했다.이로 미루어 현재로선 최고실권자인 김정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당이 군보다 우위인 북한 체제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반면 당은 무력화되고 있음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으며 이같은 군부의 부상은 권력구조상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는 것이정부 당국과 북한문제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회복불능 상태의 경제난에,지난 여름의 대홍수로 최악의 식량난까지 겹쳐 심각한 사회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대내외에 긴장을 조성하면서 통치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그 결과 권력의 중심이 당에서 군으로 이동했으며 김정일은 김일성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에 군부에 의존해 군사비상통치를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북한군의 최고통수권자는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일은 국방위원장겸 최고사령관으로 군을 지휘하고 있다.또 주석직이나 당총비서에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명령을 군최고사령관 명의로 하달하고 있다.이처럼 모택동식 군사통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가 당을 제치고 권력의 중심축을 형성했으며 그 중심축에는 총참모장 김영춘 등 4명의 차수그룹이 포진,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는 김영춘(64),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69),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 조명록(66),당 군사부장 이하일(66)이 바로 4인방이다.이들은 모두 혁명 2세대로 60대이다.

총참모장 김영춘은 지난해 갑자기 부상,주목을 받고 있다.그는 92년 대장으로 진급한 후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와 지난해 오진우 사망 당시 장의위원을 맡으면서 이름이 오르내렸을 뿐 그동안 군관련직책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그러다가 작년 당창건 50돌을 앞두고 이뤄진 군고위층인사에서 차수로 승진하고 총참모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됐다.

김광진은 인민무력부장 오진우가 사망했을 때 차기 부장으로 유력시 됐던 김정일의 핵심 측근.원로인 최광이부장이 됐기 때문에 그를 보좌하는 자리에 임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민무력부를 관장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김정일과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최광(78)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원수로 승진시키고 부장으로 앉혔을 뿐 인민무력부의 실권자는 김광진이라는 것이다.

군부대에서 정치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을 맡고있는 조명록은 지난 7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7년간 공군사령관을 역임한 공군통.육군의 지휘능력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김영춘과 함께 인민무력부의 두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당 군사부장 이하일은 당의 군실세로 지난 87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그는 당 군사위원과 국방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현재 북한군 고위층 가운데 당군사위원과 국방위원을 모두 겸직하고 있는 사람은 원수인 최광,이을설과 차수인 김광진을 포함 모두 4명이다.

대장급으로는 김정일의 군사보좌관인 원응희,인민무력부 총정치국 부국장 이봉원,평양방어사령관 김명국,당창건 50돌 기념행사때 제병지휘관이었던 3군단장 장성우,당 군사위원인 박기서,김하규 등 5명이 핵심요직에 포진,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중 김명국,이봉원,장성우는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으로 이들은 김광진,이하일차수 등과 학연으로 군맥을 형성하고 있다.

군부의 부상과 관련,민족통일연구원의 정영태연구원은 『식량폭동 등으로 김정일 지도체제가 붕괴돼 사회혼란이 발생하면 군부가 진압을 위해 적극 개입할 것』이라며 군부의 친위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했다.그러나 군부의 영향력 증대가 김정일의 지도력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북한문제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인정하고 있는 한 김정일을 배제한 대안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따라서 북한 군부와 김정일은 북한이 식량난 및 경제난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서 권력을 공유하는 집단체제로 체제존립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유은걸서울신문 통일안보연구소 연구위원>
1996-0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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