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어휘 5만개이상 달라

남북한 어휘 5만개이상 달라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5-11-27 00:00
수정 1995-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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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자·외래어는 한글로 바꾸거나 풀어써/주요 사례­사실혼부부→뜨게부부 미혼모→해방처녀 손자→두벌자식 지하도→땅속건늠굴길 뒷걸음질→물레걸음 노크→손기척

『북한사람들의 말귀를 못알아들을 때가 더러 있었다.이러다가 동족간에도 통역이 필요한 때가 오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투자조사차 북한에 다녀온 우리측의 한 업계 인사의 우려였다.

이처럼 분단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 남북간 언어 이질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통일원 산하 통일연수원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일상적·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중 약 5만개 이상이 남한의 그것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테면 남한에서 쓰이는 토요일,잔돈,연립주택,사실혼부부등이 북한에서는 「문화일」,「사슬돈」,「문화주택」,「뜨게부부」등 생경한 어휘로 대체되고 있다.가정주부와 「가두녀성」,간통사건과 「부화사건」,미혼모와 「해방처녀」,공무원과 「정무원」,손자와 「두벌자식」등도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산물이다.

이처럼 남북 언어의이질화가 심화되는 일차적인 요인은 북한이 이른바 「문화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이「문화어」는 평양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서울의 중산층이 쓰는 말씨를 기준으로 한 우리측의 표준말과는 어휘나 어법상 상당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북한 「문화어」의 특징은 첫째,한자어는 한글고유어로 대체하거나 고유어가 없을 경우에는 뜻을 풀어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각선미→다리매,권련→마라초,구설수에 오르다→말밥에 오르다,냉수욕→찬물미역,돌파구→구멍수,멸균→균깡그리죽이기,미숙아→달못찬 아이,산란기→알쓸이철,지하도→땅속건늠굴길,합병증→따라난 병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외래어를 새로 작명한 한자어나 고유어로 대체해 사용하는 경우이다.즉 헬리콥터→직승비행기,볼펜→원주필,노크→손기척,도넛→가락지빵,드레스→나리옷,소프라노→녀성고음,슬리퍼→끌신,아파트→살림집,액세서리→치레거리,캐라멜→기름사탕,클로즈업→큰보임새 등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남쪽말과는뜻이 다르거나 판이하게 쓰이는 말도 많다.예컨대 괜찮다→일없다,귀빈석→주석단,개고기→단고기,구석구석→고삿고삿,김매기→풀잡이,악착스럽게→이악하게,이제→인차,단잠→쪽잠,단비→꿀비,뒷걸음질→물레걸음등이 그것이다.또 디딤돌→구팡돌,식혜→밥감주,배웅하다→냄내다,오전→낮전,빼어닮다→먹고닮다,은행원→은행경제사,삿대질→손가락총질,서명하다→수표하다도 마찬가지 사례다.<구본영 기자>
1995-1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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