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을 부끄럽게 만든 노씨/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코리언을 부끄럽게 만든 노씨/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나윤도 기자 기자
입력 1995-11-19 00:00
수정 199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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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기사가 미국의 각신문마다 대서특필된 17일 아침,미국에 사는 교민이건 학생이건 주재원이건 여행자건 모든 한국인들은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동안 미국사회에서 제법 고개들고 떳떳이 「코리안」임을 밝히던 이들의 자존심은 뉴욕타임스지 1면 머리기사로 실린 노전대통령이 초췌한 모습으로 구치소로 가기 위해 검찰청을 나서는 사진을 보는 순간 여지없이 짓밟히고 말았다.CNN TV에서 시간마다 두 경찰관 사이에 노전대통령을 태운 승용차가 육중한 구치소 문안으로 들어서는 화면이 되풀이 될때는 한국인임이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뉴욕타임스지는 14면에 계속기사로 뇌물수뢰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한국에서의 관행등을 상세히 보도했다.그리고 「한때 개혁가가 개혁에 의해 잡히다」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로 노전대통령의 일대기를 실었고 또 「한국 부패의 발본색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노전대통령 한사람만이 죄를 받는 유일한 사람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번기회에 전반적인 대수술을 단행할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면 하단에 「한국,전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다」라는 박스기사로 사진과 함께 싣고 38면에 계속기사로 감방의 크기와 구조·형량등을 보도하면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현대·삼성·대우를 비롯한 기타 재벌들의 처벌도 불가피해졌음을 덧붙였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인」이라는 시니컬한 제목의 박스기사로 다뤘으며 워싱턴 타임스지와 볼티모어선지는 1면에 이어 계속기사로 상세하게 보도하고 선그라스를 낀 운전수 뒷자리 가운데 앉은 노전대통령이 구치소로 향하는 처절한 표정의 사진을 동시에 크게 썼다.

시카고트리뷴지는 『노태우 도둑놈!』이라는 성난 군중들의 외침을 소개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노전대통령 구속관련 한국의 주가변동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으며 LA타임스지는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신뢰도에서 손상을 입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보게될것』이라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 기자들을 마주칠까 두렵고차라리 신문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1995-11-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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