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도서관(외언내언)

서울대 도서관(외언내언)

이중한 기자 기자
입력 1995-11-07 00:00
수정 199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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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대학도서관인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미국 하버드대,일본 도쿄대 등 세계 유수의 1백8개 대학 도서관과 비교하여 작성한 「서울대 도서관의 위상」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장서 수에서 하버드대 1위,도쿄대 6위임에 비해 서울대는 1백2위.학술잡지 소장종수에서 역시 1위인 하버드대 9만6천여종에 비해 서울대는 1만여종으로 최하위.도서관직원수마저 최하위.다행히 연간 도서구입비에서는 59위를 기록했다.

도서관 능력이 곧 학문의 충실도와 성취력의 바로미터라는 진부한 기준을 들먹일 것도 없이,서울대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대학 도서관의 빈곤성을 생각할 때 참담하다는 느낌이 든다.그렇다해도 서울대의 비교작업은 잘한 일 같다.자신의 부실함을 사실대로 밝히고 인정하는 태도는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물론 무엇인가 자극을 받고 분발을 하게 된다면 말이다.

지금은 디지털시대.전자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모든 학술자료를 일일이 소장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는 관점도 제기는 돼 있다.그러나 우선 내손에 쥐고 만지면서 읽는 책과 컴퓨터화면에서 자료로 찾으면서 읽는 자료의 정보는 학문적 창의성 계발에서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컴퓨터 화면은 문자자료까지도 결국은 영상적 표상을 갖게 한다.인쇄된 책의 읽기가 갖고 있는 은유의 촉발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요로운 의미의 창출은 불가능하다.

세계적 출판사 맥밀런은 지난해부터 소부수밖에 팔리지 않는 학술도서발행의 방법을 아예 바꿨다.제작 완료된 상태에서 도서안내만 하고 발행은 하지 않는다.그리고 주문자에게만 인쇄해 준다.이럴 경우 학술DB만 들추고 있는 사람에겐 책의 제목은 알수 있으나 그 내용은 읽을 수 없게 된다.전자도서관 제도가 확립될수록 보다 창의적인 특수연구들은 주문인쇄된 책으로만 유통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학문의 경쟁성은 여전히 대학도서관의 소장자료 수준에 있다.서울대도서관의 비교자료에서 우리는 더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이중한 논설위원>
1995-11-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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