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평화와 미국 국익/이창순 국제1부 차장(오늘의 눈)

보스니아 평화와 미국 국익/이창순 국제1부 차장(오늘의 눈)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5-10-14 00:00
수정 199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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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비극의 도시 사라예보에 평화가 찾아왔다.암울한 「전쟁의 긴 겨울」을 다시 준비하던 사라예보시민들은 계절의 변화에 앞서 찾아온 「평화의 봄」을 축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평화는 불안한 평화이며 또다시 허망한 꿈으로 끝날지 모른다.보스니아분쟁이후 휴전이 여러번 있었으나 늘 한순간의 단막극으로 끝났던 아픈 기억을 전쟁과 함께 살아가는 사라예보 시민들은 잊지않고 있다.

보스니아사태는 2차대전이후 가장 비극적인 민족분쟁이다.냉전시대의 미·소 대리전은 없어졌지만 냉전후에도 지구촌에는 민족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민족분쟁은 흔히 민족간의 첨예한 이해의 대립과 역사적인 원한관계등이 어우러져 해결이 어렵다.보스니아분쟁도 「인종청소」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비극이 반복되면서도 그 비극의 긴 터널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않고 있다.

보스니아의 완전한 평화는 이처럼 아직 그 실체가 보이지 않지만 이번 휴전은 종이위의 평화협정을 땅위의 평화로 현실화시키는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그러한 낙관적인 희망을 갖게되는 것은휴전의 메시지가 분쟁당사자들이 아니라 백악관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보스니아 휴전에는 그동안 대책없이 방관해오던 클린턴 행정부가 전략을 바꾸어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결의가 담겨있다.리처드 홀브룩 미국무부 차관보는 유럽이 3년동안 실패한 평화협정과 휴전을 불과 몇주일만에 성공시켰다.

홀브룩 차관보는 물론 「악마와도 대화할수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끈질긴 협상가다.그러나 분쟁당사자들이 휴전에 합의한 것은 홀브룩 자신의 협상 자체보다는 그 뒤에 있는 거대한 미국의 힘때문이라고 할수 있다.미국의 힘은 중동에도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보스니아분쟁이 끝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아직도 평화의 길은 멀고 험하다.그러나 유럽의 자존심이라 할수 있는 프랑스의 르 몽드지조차도 최근 사설에서 보스니아사태에서 미국의 힘이 다시 증명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은 그러나 민족분쟁을 끝내야한다는 인도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외교업적을 높이려는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전략이라는 측면이강하다.미국은 위대한 힘을 갖고 있지만 자선이 아니라 언제나 국익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하고 있음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1995-10-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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