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조각수업 지경수씨(인터뷰)

이탈리아서 조각수업 지경수씨(인터뷰)

입력 1995-10-11 00:00
수정 199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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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국전서 대작 「숲」 4천만원에 판매/“나무모양 대리석 촉탑 2백개로 구성”

대리석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어렵게 공부하며 작업하고 있는 가난한 젊은 조각가가 최근 고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뜻밖에 4천여만원 상당의 대작을 판매,미술계의 화제가 되고있다.

주인공은 현재 카라라 국립아카데미에 재학중인 지경수씨(33).

대리석조각으로선 그 규모를 상상하기 힘든 대작 「숲」이 한 애호가의 눈을 사로잡아 그 자리에서 팔렸고 작품은 용인에 있는 태영골프장에서 웅자를 드러내게 된다.

작품 「숲」은 가로·세로 12㎝ 굵기에 높이가 1m20㎝부터 2m까지의 대리석 촉탑 2백개가 모인것. 정갈하게 다듬은 밑둥우리위에 나무가지 형상으로 깎아지른 집합체. 카라라 국립아카데미의 지도교수는 현지에서 그의 작업을 보고 『네 작업에 관해선 모든 정의가 내려졌다.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극찬을 한 작품이다.

지난 88년 홍익대 조소학과를 졸업한후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카라라 유학길에 올랐으나 대학에 입학할 돈이 없어 처음 2년간은 돈벌이를 찾아 헤맸다. 93년에 겨우 국립아카데미에 입학은 했으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돈이 없으면 비참한 기분도 들지만 작업을 하기는 훨씬 나아요.잡생각없이 작품만 하면 최고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난해 현지에서 비로소 첫 개인전을 가진데 이어 올 9월중순 첫 고국전을 펼친 그는 서울에서의 첫 발표를 위해 고민끝에 탄생시킨 작품이 바로 「숲」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카라라로 온 아내가 올해초 아기를 갖자 솔직히 제마음은 더 막막해졌습니다. 우리 아기가 태어나면 우유를 넉넉히 살 수 있어야겠다는 희망아래 작업에 묻혔는데 제 가족의 꿈을 고국에서 풀어준 것 같습니다』

이번 갤러리메이에서의 개인전(9월 15∼25일)에는 카라라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의 일반적 형태인 섬세하고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한 「나무」연작을 선보였고,엉뚱한 형태의 대작 「숲」은 전시장의 여건상 70여덩어리만 전시장 구석에 세워놓았다.

『카라라로 돌아가면 「숲」의 작업을 계속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3백50덩어리를 만들었는데 1천덩어리를 채울겁니다. 이 작품은 숫자와 위치에 관계없이 자리를 꾸밀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씨는 앞으로 2년정도 더 카라라에서 대리석과 씨름한후 고국에 돌아올 계획이다.<이헌숙 기자>
1995-10-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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