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북한/구본영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심상찮은 북한/구본영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5-09-18 00:00
수정 199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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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심상찮다.북한체제의 불가측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그 도가 지나쳐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상최대의 수해로 거의 전세계에 걸쳐 구호를 요청하고 있는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고 수재민들이 모두 희망에 넘쳐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사실이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보도를 분석한 정부의 한 전문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북한 수재현장을 방문한 유엔기구들이 전하는 참상과는 다른 내용이기 때문이 아니었다.북한주민들,특히 최소한 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수재민들의 김정일에 대한 반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보도였던 탓이다.

북한 스스로 해외로 타전되는 중앙통신에서 이번 홍수로 68명이 사망하고 5백20만명이 수재피해를 입었다고 시인한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이해가 간다.더욱이 얼마전 임진강으로 떠내려온 5구의 북한병사 시체 가운데는 몸무게가 50㎏도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소식이다.북한체제에서 그래도 식량배급 면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군인들이 이 정도라면 일반주민들이 영양상태는 가히 목불인견 인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북한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해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굳이 『오동잎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는 옛말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실제로 한 당국자는 17일 미국의 한 정보기관이 북한이 앞으로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자료를 냈다는 첩보를 귀띔했다.

북한이 올해는 이른바 구걸외교로 그럭저럭 넘길지 모르나 내년에는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어차피 북한경제가 자생력을 잃은 마당에 외부로부터 식량이나 생필품 지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습왕조의 낙일」을 강건너 불처럼 지켜볼 만큼 우리의 처지도 한가하지만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북한체제의 와해가 민족의 대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의 내실이 다져졌는지 되돌아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1995-09-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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