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회의가 남긴 것/손정숙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세계 여성회의가 남긴 것/손정숙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5-09-13 00:00
수정 199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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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유로운 「성생활권」이 인정되는 등 보수적 한국 남성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북경 세계여성회의.여성에 대한 모든 문제가 아무 금기없이 논의됐던 이 대회의 비정부기구(NGO)포럼에 다녀온 우리 참가자들은 아직도 가쁜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다.현대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흡수,여성의 한계를 벗어난 보편적인 인간문제로 커져가고 있는 세계여성운동의 저력을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세계여성회의가 우리나라 민간 여성운동에 끼친 중요한 영향은 무엇보다 교육적 효과에 있을 듯싶다.이번 포럼을 계기로 북경을 찾은 우리나라 여성은 줄잡아 6백여명.10년전 나이로비 대회때 1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인원이다.이들중 절반 정도를 관광파로 덜어내더라도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웬만한 일꾼들이 10일간 국제여성운동의 흐름을 정면으로 체험할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밖에 나가서 본 여성운동은 너무나도 폭넓고 정보화해 있더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아직도 원론적인 평등 문제에매달려 있는 국내 여성운동에 비해 국제적 흐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여성들이 거리낌없이 활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쪽으로 벌써 중심이동했더라는 것.남녀의 조화로운 공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것도 남성을 함께 일할 파트너로 설정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여성운동의 주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또한 여성운동에 컴퓨터가 적극 도입돼 정보처리의 질과 양에 혁명적인 진전을 가져온 점은 우리나라 여성계의 혀를 내두르게 한 모습이었단다.

그간 국내 여성계의 활발한 활동이 우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물안 개구리」식 버둥거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자각도 NGO포럼 참석을 계기로 커지고 있다.다른 나라 여성운동을 접하고서 우리 여성계의 시야가 훨씬 넓어진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만 성장하는 동물인가 보다.

1995-09-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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