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일 지름길” 일어자격지 연1만명 응시/PC에 원어연극에… 학습방법 다양/공학·패션·디자인전공은 「필수」처럼 공부/교재 3백종… “껄끄러운 나라말” 인식 변화
인천 신포동에 사는 주부 송영우(35)씨는 지난 20일부터 일본어 회화를 함께 공부할 회원을 수소문하고 있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애써 익힌 일본어를 잊지 않기 위해 틈틈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다.
○전사원 위탁교육
송씨는 지난 88∼89년 일본 도쿄의 시부야일본어학교와 한 미용전문학교를 수료한 뒤 귀국,인천에서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다.일때문에 종종 일본을 드나들고 있기도 하다.
『일본어 특유의 존대법이나 여성스러운 표현 등을 정확히 구사하며 품위있게 이야기하려면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송씨에게서 우리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지고 있는 일본어 학습열기의 단면을 볼 수 있다.직장인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이제는 학습방법도 영어의 그것 못지 않게 고도화된 단계에 접어 들었다.
지난 24일 상오 11시 서울역 부근의 일본어전문 S학원 5층 강의실에서는 6주동안 강도높은 일본어교육을 마친 삼성자동차 신입사원들의 최종평가 시험이 치러졌다.이른바 「롤 플레이 테스트」이다.5인1조의 팀별로 직접 각본을 짠 10여분 길이의 촌극을 공연하면서 그동안 배운 일어실력을 자랑하는 자리이다.첫번째로 무대에 오른 윤종대(31)씨등 5명은 유창한 일본어로 「한국인 김상민씨가 일본에 가서 거래업체의 사토상을 만나 상담하기까지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연출했다.연기에 몰두한 이들의 표정에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인의 말과 문화를 알아야 그들의 기술과 정보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이들이 일어공부에 열을 올리게 된 공통된 동기였다.삼성자동차는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하고 있는 만큼 모든 신입사원에게 위탁교육을 통해 일어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강좌 개설
기업은 물론 각 대학에서도 일본어 특강이 일년내내 끊이지 않는다.일어일문학과가 설치되지 않은서울대에서도 부설 어학연구소 주관으로 해마다 6개의 일본어강좌를 개설하고 있다.이번 여름방학에도 2백여명의 학생이 무더위 속에서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일본정부의 후원을 받아 국제교류기금이 실시하는 「일본어자격시험」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영어의 토플이나 토익시험에 해당하는 이 시험을 치르면 일본어 실력을 공인받을 수 있는 데다 일본에 유학하려면 반드시 그 점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승진을 앞둔 사원들에게 일정 등급이상의 판정을 받도록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해 1차례씩 치러지는 이 시험의 지난 해 응시자는 등급별로 1급 5천6백여명,2급 4천여명,3급 2천4백여명,4급 9백여명에 달한다.93년에 비해 무려 5천여명이나 늘어난 숫자이다.
일본어 학습교재도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느라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3백여종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호황을 틈타 올해만도 10여개의 출판사가 일본어 교재에 새로 손을 댔다.
첨단 정보통신매체인 PC통신의 세계에서도 일본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일본어에 관심있는 직장인 및 대학생들이 PC통신 「천리안」의 일본어동호회(JPN),「하이텔」의 일본어동호회(JBBS),「나우누리」의 일본어연구회(JLS)등 동호회를 만들어 정보를 나누고 있다.JPN의 경우 일본인 30여명을 포함,2천4백41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는 유학이나 관광을 통해 일본을 체험한 이들이다.회원들은 일본어 지식 및 일본 체험을 교환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두차례씩 일본의 동호인들과 한·일 공동모임도 갖는다.이 모임을 이끄는 최원규(31)씨는 『전공인 전자공학 분야에 대한 최신정보를 빨리 입수하는데 일본어만큼 도움되는 게 없다』고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공학을 비롯해 상품정보,연구개발,경영전략,패션,디자인 등 상당한 분야에서 일본어가 영어보다 오히려 필수적인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바로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을 일본어 학습붐으로 몰아 넣는 원인이다.
여기에 세계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 만큼이나 국제사회에서 일본어의 지위도 높아져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일본어를 알면 불편함을 크게 덜 수 있는 정도가 됐다.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무명화가들마저 동양인이 지나가면 천연덕스럽게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하더라는 경험담도 들린다.
○“영어 일색 지양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학과장 한미경 교수는 『미국·유럽·호주 등 서구사회에서도 일본어 학습자가 크게 늘고 있고 국내 학계에서도 일본어의 실용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최근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너도나도 외국어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나치게 영어 일색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일어학원 강사 조자왕(41)씨도 『세계화가 곧 서구화나 영어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일본어를 평가한다.일본을 단지 우리와 껄끄러운 과거를 지닌 이웃국가로만 보는 단계를 넘어 국제사회의 한 주체로 바라봐야 하는 오늘,「세계화의 관점에서 일본어를 바라보자」는 그의 말을 상업적인 발로라고만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박용현 기자>
인천 신포동에 사는 주부 송영우(35)씨는 지난 20일부터 일본어 회화를 함께 공부할 회원을 수소문하고 있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애써 익힌 일본어를 잊지 않기 위해 틈틈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다.
○전사원 위탁교육
송씨는 지난 88∼89년 일본 도쿄의 시부야일본어학교와 한 미용전문학교를 수료한 뒤 귀국,인천에서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다.일때문에 종종 일본을 드나들고 있기도 하다.
『일본어 특유의 존대법이나 여성스러운 표현 등을 정확히 구사하며 품위있게 이야기하려면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송씨에게서 우리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지고 있는 일본어 학습열기의 단면을 볼 수 있다.직장인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이제는 학습방법도 영어의 그것 못지 않게 고도화된 단계에 접어 들었다.
지난 24일 상오 11시 서울역 부근의 일본어전문 S학원 5층 강의실에서는 6주동안 강도높은 일본어교육을 마친 삼성자동차 신입사원들의 최종평가 시험이 치러졌다.이른바 「롤 플레이 테스트」이다.5인1조의 팀별로 직접 각본을 짠 10여분 길이의 촌극을 공연하면서 그동안 배운 일어실력을 자랑하는 자리이다.첫번째로 무대에 오른 윤종대(31)씨등 5명은 유창한 일본어로 「한국인 김상민씨가 일본에 가서 거래업체의 사토상을 만나 상담하기까지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연출했다.연기에 몰두한 이들의 표정에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인의 말과 문화를 알아야 그들의 기술과 정보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이들이 일어공부에 열을 올리게 된 공통된 동기였다.삼성자동차는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하고 있는 만큼 모든 신입사원에게 위탁교육을 통해 일어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강좌 개설
기업은 물론 각 대학에서도 일본어 특강이 일년내내 끊이지 않는다.일어일문학과가 설치되지 않은서울대에서도 부설 어학연구소 주관으로 해마다 6개의 일본어강좌를 개설하고 있다.이번 여름방학에도 2백여명의 학생이 무더위 속에서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일본정부의 후원을 받아 국제교류기금이 실시하는 「일본어자격시험」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영어의 토플이나 토익시험에 해당하는 이 시험을 치르면 일본어 실력을 공인받을 수 있는 데다 일본에 유학하려면 반드시 그 점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승진을 앞둔 사원들에게 일정 등급이상의 판정을 받도록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해 1차례씩 치러지는 이 시험의 지난 해 응시자는 등급별로 1급 5천6백여명,2급 4천여명,3급 2천4백여명,4급 9백여명에 달한다.93년에 비해 무려 5천여명이나 늘어난 숫자이다.
일본어 학습교재도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느라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3백여종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호황을 틈타 올해만도 10여개의 출판사가 일본어 교재에 새로 손을 댔다.
첨단 정보통신매체인 PC통신의 세계에서도 일본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일본어에 관심있는 직장인 및 대학생들이 PC통신 「천리안」의 일본어동호회(JPN),「하이텔」의 일본어동호회(JBBS),「나우누리」의 일본어연구회(JLS)등 동호회를 만들어 정보를 나누고 있다.JPN의 경우 일본인 30여명을 포함,2천4백41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는 유학이나 관광을 통해 일본을 체험한 이들이다.회원들은 일본어 지식 및 일본 체험을 교환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두차례씩 일본의 동호인들과 한·일 공동모임도 갖는다.이 모임을 이끄는 최원규(31)씨는 『전공인 전자공학 분야에 대한 최신정보를 빨리 입수하는데 일본어만큼 도움되는 게 없다』고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공학을 비롯해 상품정보,연구개발,경영전략,패션,디자인 등 상당한 분야에서 일본어가 영어보다 오히려 필수적인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바로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을 일본어 학습붐으로 몰아 넣는 원인이다.
여기에 세계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 만큼이나 국제사회에서 일본어의 지위도 높아져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일본어를 알면 불편함을 크게 덜 수 있는 정도가 됐다.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무명화가들마저 동양인이 지나가면 천연덕스럽게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하더라는 경험담도 들린다.
○“영어 일색 지양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학과장 한미경 교수는 『미국·유럽·호주 등 서구사회에서도 일본어 학습자가 크게 늘고 있고 국내 학계에서도 일본어의 실용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최근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너도나도 외국어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나치게 영어 일색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일어학원 강사 조자왕(41)씨도 『세계화가 곧 서구화나 영어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일본어를 평가한다.일본을 단지 우리와 껄끄러운 과거를 지닌 이웃국가로만 보는 단계를 넘어 국제사회의 한 주체로 바라봐야 하는 오늘,「세계화의 관점에서 일본어를 바라보자」는 그의 말을 상업적인 발로라고만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박용현 기자>
1995-08-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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