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폐 유출/과연 단독범행 일까/현장검증 결과 증폭되는 의문

폐지폐 유출/과연 단독범행 일까/현장검증 결과 증폭되는 의문

이기철 기자 기자
입력 1995-08-23 00:00
수정 199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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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10여차례 3억여원 유출 납득안돼/정사기 뚜껑 열려있어도 누구도 발견못해

한국은행 부산지점 폐기용 지폐 절취사건이 전 서무과 직원 김태영씨 혼자 저지른 범행일까.또 절취한 금액도 3억5천만원뿐일까.

경찰이 한은 고위간부의 축소지시와 공범 여부에 대해 집중수사하고 있지만 과연 김씨 혼자서 10여차례에 걸쳐 3억5천여만원만 빼냈을까에 대해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더욱이 22일 상오 부산시 중구 대청동 한국은행 부산지점에서 실시된 김씨의 현장검증 결과 이같은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날 검증에서 정사기의 열쇠를 따로 보관하고 있는 정사과장과 계장이 김씨가 범행하기 하루 전날 미리 정사기의 수리를 이유로 세단기를 열어 둘 것을 요구하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열어준 것이나 세단기의 뒷뚜껑이 다음날까지 열려 있었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과장과 계장이 기계수리때 입회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김씨가 10차례 범행하는 동안 한번도 입회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공범이 있을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 정사기 옆에는 일일점검표가 붙어 있고 여기에 담장직원이 매일 작업이 끝나면 이상유무에 대한 점검체크를 한뒤 계장이 확인하도록 돼 있었다.

현장검증이 실시되는 동안 5천여만원의 돈이 분쇄되지 않고 아래로 흩어져 내릴때 기계 틈새로 튕겨나와 바닥에 나뒹굴어 눈에 쉽게 띄었고 절단되지 않은 돈이 받침대로 설치된 아크릴판을 쉽게 넘쳐흘러 오고가는 직원들의 눈에 잘 띄어 공모가능성을 짙게 했다.

범행금액도 3억5천여만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김씨가 마지막에 훔치려 했던 금액이 7천2백여만원인데다 한꺼번에 5천만원을 훔쳐낸 적도 있다고 경찰조사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가 범행액수에 대해 여전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고 있는 데다 빼낸 돈을 제3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이름으로 투자했을 경우는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부산=이기철 기자>
1995-08-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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