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년의 반성과 과제/이만열 숙대교수·한국사(특별기고)

광복 50년의 반성과 과제/이만열 숙대교수·한국사(특별기고)

이만열 기자 기자
입력 1995-08-14 00:00
수정 199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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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탓 그만하고 통일 힘쓰자/「식민콤플렉스」 벗어야 참된 극일/힘 커진만큼 「세계봉사」 눈돌려야

며칠전 지난 50년간의 우리 나라의 성장과정을 비교하여 작성한 「통계로 본 광복50년」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이 괄목할 만한 성장발전의 터전이 우리 세대의 피땀어린 노력 못지 않게 조국광복을 위해 바친 선조들의 희생에 있음을 알고 먼저 감사드린다.어떤 열매에는 반드시 이를 위해 씨뿌린 선각자들과 그것을 가꾸는 데 땀과 눈물로 헌신한 봉사자들이 있게 마련이다.해방 당시 우리가 식민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은 내적으로는 빈곤·좌절·무지·무비였고 외적으로는 외세와 거기에 얽힌 분단·갈등이었다.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성장·발전한 것은 조국이 광복을 맞아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민족이 노예민으로서가 아니라 자유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발전요인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광복을 위해 투쟁하신 선조들이었다.여기서 우리는 조국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민족의 생존·발전과 관련하여 다시 되새기게 된다.

광복 당시 우리는 신생 조국을 향한 이상을 갖고 있었다.그것은 분명 분단된 나라가 아니라 통일된 조국이었다.정직과 근면,신의와 절제의 정신이 빠져버린 자본주의체제도,빈곤의 평등을 전제로 인간의 창의성을 말살시켜 버린 사회주의체제도 아니었다.치열한 경쟁이 인간성을 마비시키고 개인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그러한 사회를 꿈꾸지도 않았다.우리의 이상은 넉넉하지 않더라도 서로 나누고 여유가 없더라도 서로 도우며 고통과 슬픔 중에서도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두레정신의 실현과 그러한 공동체의 건설이었다.일제 침략자들에 의해 갈갈이 찢어지고 무너진 민족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러한 두레공동체정신의 회복을 절실히 필요로 하였다.한편 해방 당시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통일독립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던 선조들은 멀리는 문화국가의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부강한 나라보다 아름다운 나라를 원했고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우리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하였다.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고 하였다.오직 한없이 갖고 싶어한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광복 당시의 이같은 이상으로 지난 50년간의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볼 때 부끄러움을 금치 못한다.그러나 그 이상은 지금도 살아 있어서 우리의 목표가 되고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

며칠전 일본의 신임 문부상 시마무라(도촌의신)의 「망언」이 또 우리를 분노케 했다.일본 지도자들이 「치고 달아나고」「뱉고 사과하는」수법은 오랫동안 보아온 터이지만 그것을 일본인들의 탓으로만 돌리고 우리는 분통이나 터뜨리는 것이 과연 온당한 자세인지 적어도 광복 50주년의 이 시점에서는 좀 냉철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묻는다.우리 안에는 일본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자세를 보여준 소위 지도자들이 없으며 지금도 식민주의사관에 젖어 있는 지식인들이 없는가.지금까지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만 침략 사실을 인정·사죄·배상하라고 강박해 왔다.이 요구의 정당성은 「공소시효」를 무시하도록 만들 것이다.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우리 안에 있는 친일·반민족자들에게 얼마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었으며,일제의 잔재를 스스로 청산하려고 애썼는가.우리 안의 이같은 문제를 두고 일본에 대한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까.또 분단을 식민지의 유산이라 하면서 일제를 원망해 왔지만,36년보다 긴 50년동안 그것도 같은 동족끼리 분단문제를 어떻게 처리해 왔는가.냉전시대에는 강대국 때문에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자.그러나 얄타체제는 무너졌고 남북이 주체를 외쳐온지가 벌써 수십년이 되었는데도 분단문제는 민족 전체의 염원과는 달리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민족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이 부끄러움을 우리 세대는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런 점들을 알고 있는 일본이기에 그들은 자주 계산된 발언을 한다.그들은 우리가 잊을 만하면 망언으로 「경고」하면서,역설적으로 우리의 「역사의식」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지난 50년은 분단과 민주화의 시련이 겹친 시기였지만 그 연륜만큼의 성숙을 위해 애쓴 시기이기도 했다.정치의 후진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확고해졌고 경제성장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라고 한다.교육·문화와 과학·기술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그럼에도 이러한 성장에 알맞은 성숙을 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우선 대일관계에서 식민지 잔재청산의 요구 못지 않게 식민지 피해의식의 심리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 측에서만 보면 그런 심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일본이라는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식민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이제는 경제·문화의 성장만큼이라도 이웃과 세계를 섬기는 봉사자로서의 책임에 눈뜨고 앞장서는 성숙한 민족이 되어야 한다.언제까지 제국주의 세력에 비판만 가하면서 세계를 향한 자신의 봉사적 책임을 외면해야 할 것인가.과거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민족을 차별·학대했던 역사를 상기하면서 이런 정도의 성장에 도취된 듯 벌써 그런 못된 전철을 밟고 있는 우리의 자세가 매우 안타깝다.쉬운 예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분노에 가깝다.나눔과 섬김이 없는 부와 명예는 자신을 부패하게 만들고 이웃을 더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광복 50년은 또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겨 놓았다.50년간의 성장·발전에 가려져 있는 그늘진 부분들이 우리 공동체의 고민이요 과제다.21세기를 몇년 앞둔 우리는 대내적으로 정의와 인권에 바탕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대외적으로는 열린 민족주의에 근거하여 자주국가를 공고히 하면서 민족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수행해야 하는 민족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이 시대적인 소명에 제대로 부응할 때 우리는 민족사에 부끄럽지 않은 세대로 남게 될 것이다.
1995-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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