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 자연의 섭리/박건승 과학정보부(오늘의 눈)

「첨단」과 자연의 섭리/박건승 과학정보부(오늘의 눈)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1995-08-04 00:00
수정 199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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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호의 발사일을 본디 8월3일로 정한데는 나름대로의 연유가 있다.

3일은 음력으로 은하동녘의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단 한차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월칠석.견우와 직녀의 「해후」처럼 무궁화호와 우주의 첫 「조우」가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는 겨레의 염원을 이날에 담았던 것이다.

그러나 「칠석날 만남」의 꿈은 뜻하지 않았던 폭군 허리케인에 발목을 잡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최대시속 1백60㎞의 강풍을 동반한 「방해꾼」앞에선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무궁화호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오히려 몸(위성체와 발사체)을 다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한순간 모든 일이 허리케인에 압도당하고 만 것이다.

이는 무궁화호가 우주에서 나래를 펴기도 전에 겪은 첫 시련인 셈이다.이 시련은 단순한 「액땜」이 아니라 『더 큰 고난이 닥칠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에 우주로 보내라』는 경고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발사된 뒤 10년동안 구만리 장천에서 외로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무궁화호에 어떤 일이닥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루이틀 빨리 위성을 발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하늘에 쏘아올렸다고 해서 끝날 일도 아니다.첨단과학기술과 인간이 자연속에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자연의 질서를 어기지 않는데 있다.유비무환의 자세와 함께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허리케인은 우리에게 뜻깊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무궁화호가 지상 3만6천㎞의 정지궤도에서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다시한번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아울러 우주공간에서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원만히 대처할 수 있도록 추후 지상관제를 철저히 하라는 주문을 허리케인은 남기고 있다.

허리케인은 무궁화호에게는 당장의 시련이 되고 있지만 길게 보면 매우 고마운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다.<미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1995-08-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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