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독일 언론들 엇갈린 보도

한국차/독일 언론들 엇갈린 보도

입력 1995-07-31 00:00
수정 199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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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보다 싸고 성능 우수” 호평­아우토지/“바뀌만 달린 철판… 싸구려”­혹평/국내업체 과당판촉보다 품질경쟁 필요

한국차는 고장만 나는 볼품없는 차인가.이니면 값도 싸고 질도 괜찮은 차인가.최근 독일언론들이 한국차에 대해 엇갈린 보도를 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지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엑센트(1.3GLS),대우자동차의 넥시아(1.5GL,국내이름 씨에로),기아자동차의 세피아(1.6GTX),말레이시아의 프로톤415(1.5GLSi) 등 4개차종을 비교한 기사에서 한국차를 후하게 평가했다.

차체,주행편의성,동력전달계,주행안정성,안전성 및 환경,경제성 등 6개항목 각 20점씩 1백20점 만점의 테스트에서 넥시아는 1백1점으로 가장 좋았다.엑센트는 94점,세피아는 90점을 받았다.

일본 미쓰비시의 「랜서」모델인 프로톤은 88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브레이크성능,연비,핸들링,직진 코스주행성 등에서 국산차에 뒤졌다.엑센트가 주행편의성에서 14점을 받아 프로톤에 1점 뒤진 것을 제외하면 국산차는 프로톤에비해 점수가 높거나 같았다.

그러나 독일의 「슈테른」지는 이달 중순 한국차가 형편없다는 기사를 게재해 이와는 대조를 이뤘다.슈테른지는 깃발사이를 빠져나가는 슬라룸테스트에서 엑센트·세피아·넥시아가 프로톤에 뒤지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형편없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싸구려의 함정」이라는 제목에서 한국차는 값만 싸며 「바퀴달린 철판」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곁들였다.한국차가 유럽차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톤에 비해서도 좋지 않다는 내용도 보도했다.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지는 『엑센트가 프로톤과 가격이 같고 세피아와 넥시아는 프로톤보다 약1백만∼2백만원 싸다』며 한국차를 값도 싸고 성능도 괜찮은 차로 평가했다.

슈테른지는 왜 국산차를 혹평했을까.똑같은 독일잡지의 평가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차가 유럽에 본격 진출하기 때문에 경계심리가 발동해 실상보다 혹평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대우가 올부터 서유럽에 진출하고(작년까지는 합작사였던 GM과의 계약때문에 서유럽에 수출할 수 없었다),기아는 독일에 조립공장을 세우는 등 서유럽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한국차를 경계하게 됐다는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올 상반기 수출은 52만4천9백대로 전년동기보다 54.7%나 늘었다.내수판매가 2.6%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수출이 1백만대를 돌파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베르너회장은 지난달초 독일 자동차업계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지난 5월까지 한국차가 독일에서 3만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나 늘었다』며 『공동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독일시장에서의 한국차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국내업체들이 상당부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국내업체들끼리 외국에서 상대방차를 헐뜯는 흠집내기 판촉활동은 현지인들에게 「한국차는 형편없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이제는 「합리적」인 품질경쟁을 통해 분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곽태헌 기자>
1995-07-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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