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폐허속에 핀 꽃/자원 봉사자

「삼풍」 폐허속에 핀 꽃/자원 봉사자

박용현 기자 기자
입력 1995-07-10 00:00
수정 199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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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난·구조·헌혈·수송·무선연락 등 맡아/부녀회·사찰·성당·교회등선 식사 제공/해병전우회,사체 발굴등 궂은 일 앞장/2백여 단체 3천여명 현장서 활약

29일 하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부상자들이 옮겨진 서울시내 각 병원에는 시민들의 헌혈행렬이 수십m씩 이어졌다.참담한 심정에 빠진 국민들의 가슴에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풍경이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희생정신과 예기치 않은 불행을 함께 나누려는 온정은 사고 11일째인 9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어림잡아 3천여명의 자원봉사자와 2백여개 단체가 지금까지 사고현장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당국이 미처 사고수습에 나서기 전인 초기 구조활동에서 보인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붕괴장면을 목격하자 곧바로 위험을 무릅쓰고 폐허 속으로 뛰어든 사람이 적지않았고 방송을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시민들 역시 속속 현장으로 달려나왔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는 해병전우회도 예외없이 자원봉사단을 구성,남들이 꺼리는 사체발굴 등 궂은 일을 마다않고 앞장서고 있다.당국의 합동구조반이 구성된 뒤에도 4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사고현장 지하에서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조대원들에 대한 지원활동도 원활한 구조작업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사고 직후 삼풍백화점 뒤편의 미도·삼호·삼풍아파트에는 『도움이 필요합니다.뭐든지 보냅시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부녀회원들은 새로 밥을 지어 김밥을 싸들고 현장으로 달려나왔다.인근 서원국교에서는 단축수업을 한 뒤 학생용 급식을 현장으로 보냈다.

부녀회·사찰·성당·교회 등에서 식사제공 장소로 세운 천막이 사법연수원 앞뜰을 빼곡히 채웠다.실종자 가족들이 몰려있는 서울교대 체육관 앞에도 5∼6곳의 「야전식당」이 차려졌다.24시간 제공되는 정성이 담뿍 담긴 음식들은 참사현장을 뛰는 구조대원들에게 유일한 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종자의 유가족들에게 부상자와 사망자의 명단 및 소재를 확인해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역시 언제나 고마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아마추어무선동호회 회원 10여명은 현장과 병원을 무선으로 연결,부상자의 분산수용을 도왔고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회원들은 강남성모병원에서 컴퓨터 집계작업으로 밤을 새웠다.

콜택시기사들의 모임인 「울림터」는 하루 20여명씩의 회원이 생업을 팽개치고 사고현장으로 나가 유가족 및 실종자가족들을 무료운송하고 있다.대한약사회 서초지구 회원들은 현장에서 의료봉사에 나섰다.서울변호사회와 경실련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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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부정과 부실에 상처받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는 「폐허속에 핀 꽃」이었다.<박용현 기자>
1995-07-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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