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원효대교를 건너는 시내버스에 탄다.이때까지 옆길로 달리던 버스가 다리어귀에 이르자 차들이 늘어서 있는 대열속으로 비비고 들어간다.어느 하루만의 일이 아니라 버스를 탈때마다 보아오는 새치기.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한다.『제대로 줄서기 해서 운행하다간 내밥줄이 끊어집니다』
이렇게 꺼둘리는 「원칙대로」는 우리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어째서 이런 일들이 「묵인」되는 것일까.그 묵인의 뒷전에서 피어나는 것이 사회기강을 좀먹는 독버섯.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그 독버섯이 독을 끼뜨린 결과다.관계자들은 짓밟히는 「원칙대로」를 묵인했다.대가없이 묵인할리 없다는건 상식이다.
「원칙대로」가 어째서 이렇게 따돌림을 받는가.이치는 간단하다.원칙대로 하면 원칙대로 않는 것보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이는 세상사 모두에 통하고 있다.죽림칠현의 한사람인 혜강이 쓴 「양생론」에는 『떳떳한 길을 지켜 변하지 않는다』(수상불변)는 말이 나온다.말하자면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뒤처진다.외롭다.팍팍하다.그래서 기고나는 벗바리 찾아쓰는 편법이 곧 「원칙대로」의무시이다.
「지나친 원칙론자」였다고도 할 지재 민진후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한다.그가 예조판서로 있을때 누이동생집에 들른다.술 좋아하는 오빠를 위해 누이동생은 술을 내왔다.한데 안주는 김치뿐.그전날이 시아버지인 참봉 홍우조의 생일이어서 송아지를 잡았으나 감히 내오지 못했다.허가없이 소잡는 것은 법이 금하는 바였는데 「원칙대로」로 이름난 사람이 민공이었기 때문이다.민공이 술맛은 좋은데 안주가 시원치 않다고 하자 말눈치로 어림잡고 어쩌랴싶어 쇠고기를 내왔다.즐겁게 마신 민공은 나가다가 번드친 듯이 데리고간 아전에게 명한다.『이집은 범도했으니 이집 종을 잡아 가두어라』
공은 공이요 사는 사였다.민공은 갇힌 종 풀어주는 속전을 자기봉급으로 물어준다.그당시 사람들은 이 공변됨을 「몰인정」이라 탓하지 않았다고 「이순록」은 적어놓고 있다.
「원칙대로」가 외로운 것은 정도의 차이뿐 예나 이제나 다름없는 인간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다.그러기에 민지재의 그날일은 살천스럽긴 했지만 교훈을 남긴다는 것도 사실이다.「원칙대로」가 떳떳해지는게 밝은 사회.누구에게 지다위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그런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또다른 형태의 「삼풍」을 원천적으로 막는 길은 그것 뿐이다.
이렇게 꺼둘리는 「원칙대로」는 우리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어째서 이런 일들이 「묵인」되는 것일까.그 묵인의 뒷전에서 피어나는 것이 사회기강을 좀먹는 독버섯.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그 독버섯이 독을 끼뜨린 결과다.관계자들은 짓밟히는 「원칙대로」를 묵인했다.대가없이 묵인할리 없다는건 상식이다.
「원칙대로」가 어째서 이렇게 따돌림을 받는가.이치는 간단하다.원칙대로 하면 원칙대로 않는 것보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이는 세상사 모두에 통하고 있다.죽림칠현의 한사람인 혜강이 쓴 「양생론」에는 『떳떳한 길을 지켜 변하지 않는다』(수상불변)는 말이 나온다.말하자면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뒤처진다.외롭다.팍팍하다.그래서 기고나는 벗바리 찾아쓰는 편법이 곧 「원칙대로」의무시이다.
「지나친 원칙론자」였다고도 할 지재 민진후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한다.그가 예조판서로 있을때 누이동생집에 들른다.술 좋아하는 오빠를 위해 누이동생은 술을 내왔다.한데 안주는 김치뿐.그전날이 시아버지인 참봉 홍우조의 생일이어서 송아지를 잡았으나 감히 내오지 못했다.허가없이 소잡는 것은 법이 금하는 바였는데 「원칙대로」로 이름난 사람이 민공이었기 때문이다.민공이 술맛은 좋은데 안주가 시원치 않다고 하자 말눈치로 어림잡고 어쩌랴싶어 쇠고기를 내왔다.즐겁게 마신 민공은 나가다가 번드친 듯이 데리고간 아전에게 명한다.『이집은 범도했으니 이집 종을 잡아 가두어라』
공은 공이요 사는 사였다.민공은 갇힌 종 풀어주는 속전을 자기봉급으로 물어준다.그당시 사람들은 이 공변됨을 「몰인정」이라 탓하지 않았다고 「이순록」은 적어놓고 있다.
「원칙대로」가 외로운 것은 정도의 차이뿐 예나 이제나 다름없는 인간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다.그러기에 민지재의 그날일은 살천스럽긴 했지만 교훈을 남긴다는 것도 사실이다.「원칙대로」가 떳떳해지는게 밝은 사회.누구에게 지다위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그런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또다른 형태의 「삼풍」을 원천적으로 막는 길은 그것 뿐이다.
1995-07-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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