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선물 사러 「삼풍」 들렀다…/3년전 남편과 사별… 두아이 홀로 뒷바라지/사고전날 “아버지가 유언장 쓰던 생각” 전화
『은사에게 드릴 선물을 사러 가겠다며 나가더니 마지막 길이 되다니…』
「스승이 없는 시대」에 해마다 대학시절의 은사 김숙희 전교육부장관을 찾아 사제간의 애틋한 정을 나눠온 경산대학 장경숙 교수(43·식품영양학과 학과장·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가족들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실종자에 장교수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장교수가 서울에 오는 일은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드문 일이었다.그때마다 장교수는 자신에게 각별한 사랑을 쏟았던 스승이자 같은 식품영양학과 선배교수인 김전장관을 찾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상오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 식품영양학과 학과장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하오 4시30분쯤 세미나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찾아뵙기로 한 이화여대 재학시절 은사 김 전교육부장관에게 드릴 선물을 사려고 참화의 현장인 삼풍백화점에 갔다가 실종됐다.
더욱이 장교수는 지난 92년 남편 구영모씨(당시 대구 백화점 사장)가 암으로 숨진 뒤 혼자 몸으로 두아이를 돌봐온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의 슬픔을 더하고 있다.
『두아이를 부탁한다는 남편의 유언도 못이루고 참변을 당하다니 이보다 더한 슬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종된 장교수의 오빠 장달원씨(47·무역회사 사장·성남시 분당구 서현동)는 구씨로부터 『두 아이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들은 동생의 거듭된 불행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장교수는 남편 구씨의 유언에 따라 2년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구미경양(19·여·대학생)과 요한군(17·중학생)을 키우며 착실하게 살아왔다.
장교수가 교수의 길에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구씨의 외조덕분.유난히 부부 금실이 좋았던 탓에 구씨는 사망직전 아내에게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해 박사학위를 꼭 받아달라』는 부탁을 유언으로 남겼을 정도였다.
오빠 장달원씨는 『간밤에 미경이가 전화로 「중학교 때 병마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몰래 유언장을 쓰다가 나에게 들킨 기억이 난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며 복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김환용 기자>
『은사에게 드릴 선물을 사러 가겠다며 나가더니 마지막 길이 되다니…』
「스승이 없는 시대」에 해마다 대학시절의 은사 김숙희 전교육부장관을 찾아 사제간의 애틋한 정을 나눠온 경산대학 장경숙 교수(43·식품영양학과 학과장·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가족들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실종자에 장교수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장교수가 서울에 오는 일은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드문 일이었다.그때마다 장교수는 자신에게 각별한 사랑을 쏟았던 스승이자 같은 식품영양학과 선배교수인 김전장관을 찾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상오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 식품영양학과 학과장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하오 4시30분쯤 세미나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찾아뵙기로 한 이화여대 재학시절 은사 김 전교육부장관에게 드릴 선물을 사려고 참화의 현장인 삼풍백화점에 갔다가 실종됐다.
더욱이 장교수는 지난 92년 남편 구영모씨(당시 대구 백화점 사장)가 암으로 숨진 뒤 혼자 몸으로 두아이를 돌봐온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의 슬픔을 더하고 있다.
『두아이를 부탁한다는 남편의 유언도 못이루고 참변을 당하다니 이보다 더한 슬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종된 장교수의 오빠 장달원씨(47·무역회사 사장·성남시 분당구 서현동)는 구씨로부터 『두 아이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들은 동생의 거듭된 불행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장교수는 남편 구씨의 유언에 따라 2년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구미경양(19·여·대학생)과 요한군(17·중학생)을 키우며 착실하게 살아왔다.
장교수가 교수의 길에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구씨의 외조덕분.유난히 부부 금실이 좋았던 탓에 구씨는 사망직전 아내에게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해 박사학위를 꼭 받아달라』는 부탁을 유언으로 남겼을 정도였다.
오빠 장달원씨는 『간밤에 미경이가 전화로 「중학교 때 병마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몰래 유언장을 쓰다가 나에게 들킨 기억이 난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며 복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김환용 기자>
1995-07-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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