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욱 의원의 이유있는 울분/서동철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최재욱 의원의 이유있는 울분/서동철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5-05-02 00:00
수정 199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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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스폭발사고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은 누구일까.많은 사람이 민자당의 최재욱 의원을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사고지역이 위치한 달서갑구가 뽑아준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8일만 해도 그같은 판단은 옳아 보였다.그날 여의도 민자당사에서 사고소식을 접한 최 의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이었다.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최의원 으로서는 목숨보다 더 중한 정치생명의 위기를 느꼈음직했다.

그런 최 의원이 1일 기획조정위원장 자격으로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해 그로서는 3년 같았을 지난 3일동안의 소회를 피력했다.

최 의원은 『일요일인 어제 영남중학교에서 치러진 어린 학생들의 장례식은 비통을 넘어 원통·비분까지 느끼는 차원이었다』고 운을 떼 회의장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사회제도와 정당·정치인이라면 국민을 잘 살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목숨을 유지할 수는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나 자신에 대해 분통이 터지는 지경』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최의원은 또 『개인은 실수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고를 몇사람이 실수한 인재라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인재가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기관재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피해당사자」로서 이 사건을 규정했다.

또 『나 자신 아웅산에서 폭탄세례를 받고도 살아났으나 그동안 폭탄위를 걷고 있으면서도 어떤 제도를 강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는 절절한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의원은 끝으로 언론과 당지도부에 대해서도 고언을 던졌다.선거와 연관시켜 기사를 쓰고 주검을 앞에 놓고 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또 당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사고대책을 세운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었다.당은 더도 덜도 말고 집권당으로서의 책임만큼만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는 이번 사고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995-05-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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