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은 두어야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있다.「맏이는 사업가를 만들고 둘째는 법관시키고 셋째는 의사로 키우기 위해」셋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언제부턴가 신문 부음란에는 화려한 직함이 열거된 아들들의 친상이 실리곤 한다.아들을 셋씩이나 원하는 마음도 그런데서 자극받은 것인지 모른다.
불화하던 재벌 형제의 극적인 화해소식이 최근 화제가 되었었다.아직은 소를 취하하기 전이므로 재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형제는 화해를 했다.그 아들들의 화해를 지켜보던 그들의 모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가업을 일으켜 거부의 재산을 남긴 그들 부친의 위패를 모신 재실에 형제를 데리고 들어가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대목이다.
또 최근에 지방에서는 아우가 형의 자동차에 폭발물을 설치하여 형의 아내와 자녀를 폭사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몇백만원의 빚시비가 형제간에 골깊은 불화를 만들었고 그러다 일어난 범행이었다.혹시 그들의 어머니가 생존해 있다면 이 기막힌 일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그리고 그 끔찍한 「아버지 살해」.어마어마한 부잣집 맏아들이면서도 공부도 잘해서 어엿한 대학교수가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을 『우리 김 박사』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는 그 장남이 아버지 목줄에 칼을 꽂았다.우리로 하여금 몸이 오그라드는 전율을 맛보게 하고 세상에 회의를 느끼게 한 사건이다.그러나 살아있는 그의 모친에 비하면 우리의 전율과 회의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재산이란 사람을 그토록 가혹하게 시험하는 것인가보다.박한상은 돈이 직접 자식을 망친 경우라 치더라도 「금용」집안의 경우에는 재산관리에 엄격하고 가족에게 절제를 가르치며 금욕적으로 키운 것같은데도 마찬가지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재산이란 이렇게 여러형태로 인성을 파괴하고 파탄시키는 힘을 지닌 모양이다.타락과 일탈만이 아니고 학문,교양,종교도 그것앞에서는 이처럼 무력하고 사람이기를 포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돈의 한 속성인 모양이다.
요즘 세상은 어머니의 영향력이 커져서 아들의 대학입학식에도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따라다닌다.불화한 아들들이 안타까워 통곡하며 타이르는 어머니도 있고 「덕산」처럼 배후에서 자금줄을 죄고펴고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머니도 있다.교육열 강한 어머니 치마폭에서 성장한 세대가 본격적인 사회의 주역이 된 시대가 지금 막 다가왔는데 이런 기막히고 절망스런 사회문제가 잇따르는 것은 그냥 우연일까.
요즘의 재산가는 그저 붙박이 땅부자일 뿐이던 고전적 부잣집과 다르다.그렇게 근대적인 부의 축적을 이룬 재산가의 가족노릇에는 재산에 걸맞은 자기 관리능력과 철학같은 것이 있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을 못한 탓에 실패의 수렁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돈이란 워낙 힘있고 좋은 것이므로 그걸 갖고,유지하고,잘 쓸 수 있기 위해서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는 일을 충분히 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들을 셋이나 욕심내는 사람의 말처럼 아직은 아들이 보험이면서 재산으로 되어 있다.재산을 일구고 지키는 역할도 거기 맡겨야 하고 돈보다 소중한 재산이기도 하므로 돈에 의해 망쳐질 가능성도 크다.그러므로 돈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방어력과 적응력을 갖춰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랄때 골목안에서는 매맞는 아우를 형이 영웅처럼 지켜주고,궁지에 몰린 형 곁에서 승산도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우이다.그런 형제도 자란 뒤에 원수가 되어 폭발물로 날려보내는 일조차 서슴지 않게 되고,법정에서 치사한 이전투구를 벌인다.아버지에게는 「아비보다 나은 아들」이 기쁨이지만 「아버지만 못한 아들노릇」의 강박관념은 정신분열증의 빌미가 된다.
아버지의 승인을 받지 못한채 사업을 벌여놓고 거액의 부도가 나게 생긴 아들은 그로해서 아버지와 불화하고 마침내는 아예 「아버지 죽이기」를 계획했다고 말한다.성한 정신이 아니다.치마폭 넓은 현대의 어머니에게는 재산이 많을 경우 이렇게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돈많은 집 아들」을 바르게 기를 역할도 주어져 있다.그것에 실패하면 희대의 패륜아를 아들로 두어야 하는 불행의 지옥을 헤매야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 재산은 무슨 소용이고 영화가 가당하겠는가.「공부 잘 하고 모범생이던 사랑하는 자식」도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우리 모두 같이 죽자』며 기절해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처참한 어머니.오늘의 아들들의 어머니노릇은 이렇게 가슴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을 바로 곁에 두고 있다.참으로 조심스럽고 힘든 노릇이다.<본사고문>
불화하던 재벌 형제의 극적인 화해소식이 최근 화제가 되었었다.아직은 소를 취하하기 전이므로 재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형제는 화해를 했다.그 아들들의 화해를 지켜보던 그들의 모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가업을 일으켜 거부의 재산을 남긴 그들 부친의 위패를 모신 재실에 형제를 데리고 들어가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대목이다.
또 최근에 지방에서는 아우가 형의 자동차에 폭발물을 설치하여 형의 아내와 자녀를 폭사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몇백만원의 빚시비가 형제간에 골깊은 불화를 만들었고 그러다 일어난 범행이었다.혹시 그들의 어머니가 생존해 있다면 이 기막힌 일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그리고 그 끔찍한 「아버지 살해」.어마어마한 부잣집 맏아들이면서도 공부도 잘해서 어엿한 대학교수가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을 『우리 김 박사』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는 그 장남이 아버지 목줄에 칼을 꽂았다.우리로 하여금 몸이 오그라드는 전율을 맛보게 하고 세상에 회의를 느끼게 한 사건이다.그러나 살아있는 그의 모친에 비하면 우리의 전율과 회의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재산이란 사람을 그토록 가혹하게 시험하는 것인가보다.박한상은 돈이 직접 자식을 망친 경우라 치더라도 「금용」집안의 경우에는 재산관리에 엄격하고 가족에게 절제를 가르치며 금욕적으로 키운 것같은데도 마찬가지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재산이란 이렇게 여러형태로 인성을 파괴하고 파탄시키는 힘을 지닌 모양이다.타락과 일탈만이 아니고 학문,교양,종교도 그것앞에서는 이처럼 무력하고 사람이기를 포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돈의 한 속성인 모양이다.
요즘 세상은 어머니의 영향력이 커져서 아들의 대학입학식에도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따라다닌다.불화한 아들들이 안타까워 통곡하며 타이르는 어머니도 있고 「덕산」처럼 배후에서 자금줄을 죄고펴고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머니도 있다.교육열 강한 어머니 치마폭에서 성장한 세대가 본격적인 사회의 주역이 된 시대가 지금 막 다가왔는데 이런 기막히고 절망스런 사회문제가 잇따르는 것은 그냥 우연일까.
요즘의 재산가는 그저 붙박이 땅부자일 뿐이던 고전적 부잣집과 다르다.그렇게 근대적인 부의 축적을 이룬 재산가의 가족노릇에는 재산에 걸맞은 자기 관리능력과 철학같은 것이 있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을 못한 탓에 실패의 수렁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돈이란 워낙 힘있고 좋은 것이므로 그걸 갖고,유지하고,잘 쓸 수 있기 위해서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는 일을 충분히 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들을 셋이나 욕심내는 사람의 말처럼 아직은 아들이 보험이면서 재산으로 되어 있다.재산을 일구고 지키는 역할도 거기 맡겨야 하고 돈보다 소중한 재산이기도 하므로 돈에 의해 망쳐질 가능성도 크다.그러므로 돈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방어력과 적응력을 갖춰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랄때 골목안에서는 매맞는 아우를 형이 영웅처럼 지켜주고,궁지에 몰린 형 곁에서 승산도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우이다.그런 형제도 자란 뒤에 원수가 되어 폭발물로 날려보내는 일조차 서슴지 않게 되고,법정에서 치사한 이전투구를 벌인다.아버지에게는 「아비보다 나은 아들」이 기쁨이지만 「아버지만 못한 아들노릇」의 강박관념은 정신분열증의 빌미가 된다.
아버지의 승인을 받지 못한채 사업을 벌여놓고 거액의 부도가 나게 생긴 아들은 그로해서 아버지와 불화하고 마침내는 아예 「아버지 죽이기」를 계획했다고 말한다.성한 정신이 아니다.치마폭 넓은 현대의 어머니에게는 재산이 많을 경우 이렇게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돈많은 집 아들」을 바르게 기를 역할도 주어져 있다.그것에 실패하면 희대의 패륜아를 아들로 두어야 하는 불행의 지옥을 헤매야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 재산은 무슨 소용이고 영화가 가당하겠는가.「공부 잘 하고 모범생이던 사랑하는 자식」도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우리 모두 같이 죽자』며 기절해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처참한 어머니.오늘의 아들들의 어머니노릇은 이렇게 가슴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을 바로 곁에 두고 있다.참으로 조심스럽고 힘든 노릇이다.<본사고문>
1995-03-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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