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진한 입맞춤이 문제로/강제퇴역 당한 여군대령의 실제 이야기/2월 NBCTV방영… 외부서 삭제 압력/제작진,뮤지컬「거미여인 키스」들어 반발/“남자 동성애 얘기는 2년째 버젓이 공연”
브로드웨이에 밤이 깊어지면 40여개의 대형 브로드웨이극장과 3백여개의 오프 혹은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소극장 무대의 막이 일제히 오른다.이 매일 오르는 막은 쉴새 없는 흐름이 되어 브로드웨이가 정체되지 않은 창조공간으로서 생명력을 갖는 원천이 되고 있다.
○공연 시간엔 거리 한산
메디슨 스퀘어파크에서 5번가와 해럴드 스퀘어에서 아메리카스 애브뉴(6번가)와 교차한 브로드웨이는 7번가와 만나는 43스트리트 일대에 타임스 스퀘어를 형성한다.반경 5백m도 못되는 이 일대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중심지역으로 날이 저물면 몰려드는 인파로 시끌시끌 해지기 시작한다.그러나 막상 하오8시 극이 시작되면 10시30분까지의 두시간 반 동안은 현란한 네온만 남겨둔채 인적이 끊어진다.
이 브로드웨이에서 최근 입맞춤 논쟁이 한창이다.그것도 남녀간의 입맞춤이 아닌 여자끼리의 입맞춤과 남자끼리의 입맞춤에 대한 논쟁이어서 더욱 묘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 논쟁은 동성애자로 밝혀져 강제 전역당한 여군대령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침묵속의 봉사 마거릿 캐머마이어 스토리」를 지난 2월초 NBC텔레비전이 방영하면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이 영화에 나오는 캐머마이어대령(글렌 크로스)과 상대역인 화가 다이앤(주디 데이비스)의 진한 키스장면이 광고주들의 광고 보이콧 위협 등 갖은 삭제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기됐을때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대뜸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를 예로 들며 강력히 항의했다.남자끼리의 진한 키스는 물론 한 담요안에서의 정사 묘사까지 나오는 이 뮤지컬이 버젓이 2년째 히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들의 키스 장면이 문제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뮤지컬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소설가 마누엘 퓌그가 1976년 발표한 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극도의 공포정치로 매년 수만명이 재판도 없이 「사라지는」 중남미 독재정권치하의감방안 이라는 한계상황을 설정하여 전혀 이질적인 성격의 두 주인공이 극도의 공포감을 이겨나가며 상상속의 구세주인 거미여인으로부터 구원을 받게된다는 내용의 인간애를 바탕으로한 정치극이다.
○토니상 7개부문 석권
영화로도 상영됐으며 92년 런던에서 첫 뮤지컬무대에 올려졌던 이 작품은 93년 5월 브로드웨이 44스트리트에 있는 브로드허스트 극장에서 개막된후 그해의 토니상(영화의 아카데미상과 같이 브로드웨이 연극과 뮤지컬에 주는 상) 7개부문을 휩쓸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며 롱런 채비를 차리고 있던차에 이번의 키스논쟁으로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극은 윗부분의 환기구와 아랫부분의 밥그릇이 드나드는 구멍을 제외하고는 육중한 철문으로 외부와 차단된 감방에 정치범 발렌틴(브리안 미첼)과 그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보내진 잡범 몰리나(하워드 맥길린)가 함께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모진 고문과 옆방의 비명소리,매일 수십명씩 죽어나가는 정치범 감옥의 질식할 듯한 상황에서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발렌틴은 시름시름 앓으며 한마디의 말도 없이 조그만 책 한권에 의지해 지낸다.동성애자인 몰리나는 붉은 꽃무늬의 나이트가운을 걸치고 매일 면도를 하며 머리모양을 매만지는 등 여성적인 몸가짐으로 은근히 발렌틴을 유혹한다.
겉으로는 활기 있게 보이지만 몰리나 역시 두려움과 초조감에서 벗어나려 자신이 우상으로 생각해오던 여배우 오로라가 나오는 영화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아라비안 나이트」에서 하룻밤만 지나면 신부를 죽여버리는 샤플리 왕으로부터의 죽음을 면키 위해 매일밤 재미있는 얘기를 천날씩 들려주던 셰하라자데 왕비처럼 그는 매일같이 독백으로 영화얘기들을 해 나간다.
정치적 투쟁으로 살아온 발렌틴은 동성애자를 극도로 경멸하며 몰리나의 얘기는 물론 모습도 보지 않으려고 등을 돌리고 지낸다.그래도 몰리나의 얘기는 지속되고 영화속의 여주인공 오로라는 점차 거미여인(바세나 윌리엄스)이라는 구원의 화신으로 바뀌어 간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발렌틴은 점차 몰리나의 얘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침내 몰리나를이해하고 자신도 거미여인의 구원을 기다리는 가운데 몰리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얼마후 몰리나는 출옥하고 발렌틴은 애인 마르타에게 비밀연락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몰리나는 마르타와 접선하려다 기관원들과 벌인 총격전에서 총에 맞아 잡힌다.그는 끝내 자신이 부탁받은 마르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밝히지 않은 채 숨을 거둔다.무대전체에 거미줄이 깔리고 그 가운데서 나온 거미여인과 몰리나의 키스가 길게 계속된다.
또다시 악독한 고문을 받은 발렌틴도 차가운 감옥에서 서서히 죽어간다.마침내 그에게도 거미여인의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결국 몰리나와 발렌틴이 함께 피안의 세계로 향하면서 막이 내린다.
뮤지컬 「카바레」,「쇼 보트」,「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뮤지컬의 대가 해럴드 프린스 감독이 만든 이 극은 암울한 시대 분위기를 수많은 인물들이 군집한 배경화면에 실종자 가족들이 촛불과 사진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으로 처리했다.
○아들 넷 가진 이혼녀
은빛 쇠창살로 된 감옥은 무대에 7층높이의 감옥에 죄수들이 빽빽이 들어찬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감방과 취조실등 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가 하면 순식간에 남태평양의 해변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무대장치와 다양한 조명으로 내용전개에 활력을 주고 있다.
특히 무대 전체를 덮으며 나타나는 커다란 거미줄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쇠창살로 표현되는 독재정권의 탄압·감금에 대한 도피와 구원의 상징으로 절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편 「침묵속의 봉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동성훈장까지 받은 간호장교 캐머마이어대령이 89년 시애틀에서 미방위군 간호장교 총사령관에 지원하면서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가 강제퇴역을 당한 뒤 군당국과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서독 근무 때 탱크부대소속 장교와 결혼해 네아들까지 둔 이혼녀 캐머마이어가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느끼게 된 것은 88년 7월.아들들과 오레곤의 한 해변으로 휴가갔다가 한 여류화가와 만나 과거 경험하지 못한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하고 있다.
현재 그 화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가 강제퇴역에불복해 군당국을 미연방법원에 제소하여 법정투쟁이 벌어지면서 동성애자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그녀의 인권투쟁이 전미국의 빅뉴스로 등장했다.그녀는 지난해 6월 복직판결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군당국이 이에 불복,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에 계류돼 있다.
이 영화는 칠레의 아옌데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영혼의 집」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글렌 크로스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제작하고 출연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가 예상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당분간 브로드웨이의 동성간 키스논쟁도 지속될 전망이다.<나윤도 특파원>
브로드웨이에 밤이 깊어지면 40여개의 대형 브로드웨이극장과 3백여개의 오프 혹은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소극장 무대의 막이 일제히 오른다.이 매일 오르는 막은 쉴새 없는 흐름이 되어 브로드웨이가 정체되지 않은 창조공간으로서 생명력을 갖는 원천이 되고 있다.
○공연 시간엔 거리 한산
메디슨 스퀘어파크에서 5번가와 해럴드 스퀘어에서 아메리카스 애브뉴(6번가)와 교차한 브로드웨이는 7번가와 만나는 43스트리트 일대에 타임스 스퀘어를 형성한다.반경 5백m도 못되는 이 일대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중심지역으로 날이 저물면 몰려드는 인파로 시끌시끌 해지기 시작한다.그러나 막상 하오8시 극이 시작되면 10시30분까지의 두시간 반 동안은 현란한 네온만 남겨둔채 인적이 끊어진다.
이 브로드웨이에서 최근 입맞춤 논쟁이 한창이다.그것도 남녀간의 입맞춤이 아닌 여자끼리의 입맞춤과 남자끼리의 입맞춤에 대한 논쟁이어서 더욱 묘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 논쟁은 동성애자로 밝혀져 강제 전역당한 여군대령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침묵속의 봉사 마거릿 캐머마이어 스토리」를 지난 2월초 NBC텔레비전이 방영하면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이 영화에 나오는 캐머마이어대령(글렌 크로스)과 상대역인 화가 다이앤(주디 데이비스)의 진한 키스장면이 광고주들의 광고 보이콧 위협 등 갖은 삭제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기됐을때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대뜸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를 예로 들며 강력히 항의했다.남자끼리의 진한 키스는 물론 한 담요안에서의 정사 묘사까지 나오는 이 뮤지컬이 버젓이 2년째 히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들의 키스 장면이 문제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뮤지컬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소설가 마누엘 퓌그가 1976년 발표한 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극도의 공포정치로 매년 수만명이 재판도 없이 「사라지는」 중남미 독재정권치하의감방안 이라는 한계상황을 설정하여 전혀 이질적인 성격의 두 주인공이 극도의 공포감을 이겨나가며 상상속의 구세주인 거미여인으로부터 구원을 받게된다는 내용의 인간애를 바탕으로한 정치극이다.
○토니상 7개부문 석권
영화로도 상영됐으며 92년 런던에서 첫 뮤지컬무대에 올려졌던 이 작품은 93년 5월 브로드웨이 44스트리트에 있는 브로드허스트 극장에서 개막된후 그해의 토니상(영화의 아카데미상과 같이 브로드웨이 연극과 뮤지컬에 주는 상) 7개부문을 휩쓸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며 롱런 채비를 차리고 있던차에 이번의 키스논쟁으로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극은 윗부분의 환기구와 아랫부분의 밥그릇이 드나드는 구멍을 제외하고는 육중한 철문으로 외부와 차단된 감방에 정치범 발렌틴(브리안 미첼)과 그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보내진 잡범 몰리나(하워드 맥길린)가 함께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모진 고문과 옆방의 비명소리,매일 수십명씩 죽어나가는 정치범 감옥의 질식할 듯한 상황에서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발렌틴은 시름시름 앓으며 한마디의 말도 없이 조그만 책 한권에 의지해 지낸다.동성애자인 몰리나는 붉은 꽃무늬의 나이트가운을 걸치고 매일 면도를 하며 머리모양을 매만지는 등 여성적인 몸가짐으로 은근히 발렌틴을 유혹한다.
겉으로는 활기 있게 보이지만 몰리나 역시 두려움과 초조감에서 벗어나려 자신이 우상으로 생각해오던 여배우 오로라가 나오는 영화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아라비안 나이트」에서 하룻밤만 지나면 신부를 죽여버리는 샤플리 왕으로부터의 죽음을 면키 위해 매일밤 재미있는 얘기를 천날씩 들려주던 셰하라자데 왕비처럼 그는 매일같이 독백으로 영화얘기들을 해 나간다.
정치적 투쟁으로 살아온 발렌틴은 동성애자를 극도로 경멸하며 몰리나의 얘기는 물론 모습도 보지 않으려고 등을 돌리고 지낸다.그래도 몰리나의 얘기는 지속되고 영화속의 여주인공 오로라는 점차 거미여인(바세나 윌리엄스)이라는 구원의 화신으로 바뀌어 간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발렌틴은 점차 몰리나의 얘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침내 몰리나를이해하고 자신도 거미여인의 구원을 기다리는 가운데 몰리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얼마후 몰리나는 출옥하고 발렌틴은 애인 마르타에게 비밀연락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몰리나는 마르타와 접선하려다 기관원들과 벌인 총격전에서 총에 맞아 잡힌다.그는 끝내 자신이 부탁받은 마르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밝히지 않은 채 숨을 거둔다.무대전체에 거미줄이 깔리고 그 가운데서 나온 거미여인과 몰리나의 키스가 길게 계속된다.
또다시 악독한 고문을 받은 발렌틴도 차가운 감옥에서 서서히 죽어간다.마침내 그에게도 거미여인의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결국 몰리나와 발렌틴이 함께 피안의 세계로 향하면서 막이 내린다.
뮤지컬 「카바레」,「쇼 보트」,「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뮤지컬의 대가 해럴드 프린스 감독이 만든 이 극은 암울한 시대 분위기를 수많은 인물들이 군집한 배경화면에 실종자 가족들이 촛불과 사진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으로 처리했다.
○아들 넷 가진 이혼녀
은빛 쇠창살로 된 감옥은 무대에 7층높이의 감옥에 죄수들이 빽빽이 들어찬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감방과 취조실등 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가 하면 순식간에 남태평양의 해변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무대장치와 다양한 조명으로 내용전개에 활력을 주고 있다.
특히 무대 전체를 덮으며 나타나는 커다란 거미줄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쇠창살로 표현되는 독재정권의 탄압·감금에 대한 도피와 구원의 상징으로 절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편 「침묵속의 봉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동성훈장까지 받은 간호장교 캐머마이어대령이 89년 시애틀에서 미방위군 간호장교 총사령관에 지원하면서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가 강제퇴역을 당한 뒤 군당국과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서독 근무 때 탱크부대소속 장교와 결혼해 네아들까지 둔 이혼녀 캐머마이어가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느끼게 된 것은 88년 7월.아들들과 오레곤의 한 해변으로 휴가갔다가 한 여류화가와 만나 과거 경험하지 못한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하고 있다.
현재 그 화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가 강제퇴역에불복해 군당국을 미연방법원에 제소하여 법정투쟁이 벌어지면서 동성애자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그녀의 인권투쟁이 전미국의 빅뉴스로 등장했다.그녀는 지난해 6월 복직판결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군당국이 이에 불복,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에 계류돼 있다.
이 영화는 칠레의 아옌데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영혼의 집」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글렌 크로스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제작하고 출연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가 예상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당분간 브로드웨이의 동성간 키스논쟁도 지속될 전망이다.<나윤도 특파원>
1995-03-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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