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소 개설 등 「합의 이행」 가속화/홀준위 송환과 북­미관계

연락소 개설 등 「합의 이행」 가속화/홀준위 송환과 북­미관계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4-12-31 00:00
수정 199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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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동결·경수로 건설 정상궤도 복귀/자백서·항복사진 조작 판명땐 파문

북한이 미측과 억류헬기조종사를 석방,송환키로 한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첫째는 더 이상 억류를 하는 것은 북·미합의이행을 그르치게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장악한 제104회기의 미상하양원이 내년 1월4일부터 활동을 개시하면 「북·미합의」의 이행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것으로 본것이다.

공화당의 상원원내총무인 보브 돌의원은 「북·미합의」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그동안 잠잠했던 의원들까지 「송환­합의이행」연계를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더 이상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은 현명치 않다고 판단한것 같다.

더욱이 내년 1월21일 이전에 합의이행의 첫단계로 대체에너지용 중유 1차분 5만t(약5백만달러어치)을 미국이 선적하려고 하는 때에 송환문제를 내년초까지 끌경우 합의이행의 틀자체가 무너질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는 「우연의 월북헬기사건」으로 북한이 얻을수 있는 것은 거의 얻었다는 「포만감」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휴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고 이와 관련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는 선례를 만들어놓겠다는 1차 목표가 사실상 달성되었던 것이다.허바드 국무부동아·태부차관보의 평양행은 어디까지나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이뤄진 것이고 이로 인해 미측과 일종의 양해각서(양해문)를 작성함으로써 「휴전협정위반사항」을 「미·북한쌍무교섭」을 통해 해결하는 선례를 구축했다고도 할수있다.

또한 이번 「불법영공침범」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화체」를 가동키로 함으로써 미국과 북한간의 「군사대화채널」을 마련했다고도 할수 있다.미국무부는 이같은 미·북한간의 군사대화가 어디까지나 군사정전위원회활동의 일환이며 그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쌍무대화」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자백서」의 공개로 미측의 불법행위가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북한 나름대로 선전효과를 거두었다고 볼 것이다.

이번 송환합의로 미·북한간의 핵동결,경수로건설등의 합의는 일단 이행을 향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볼수 있다.매커리국무부대변인도 지적했듯이 홀준위의 연내석방으로 미·북합의이행이 촉진되고 따라서 내년봄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의 상호개설이 실현되는 등 양측의 관계증진이 발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헬기사건이 총체적으로 보아 북·미합의이행 측면에서 볼때 「없었던 것보다 못했다」는 분석과 「우연이었지만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북교섭과정을 돌이켜 볼때 북한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었다.북한의 「벼랑끝 협상」에 대한 실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결국 말려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성과는 북한내부에 과연 권력의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데 대한 답변을 어스렴풋이나마 포착한 것이다.

미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허바드특사의 송환노력을 북한외교부가 크게 도와주었다고 설명,미국과 북한간의 외교교섭창구가 결코 허약하지 않으며 북·미합의 이행에 대한 북측의 신뢰도도매우 큰 것임을 넌지시 비쳤다.

북한내부에 군부와 외교부사이에 북·미합의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결정을 쉽게 못내린다는 등의 가설은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는게 허바드특사의 송환합의로 나타나고 있다.허바드특사는 북한의 고위외교관리들을 만났을뿐 군부인사와는 면담을 갖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송환합의가 미·북관계증진에 일단 도움을 주겠지만 홀준위의 자백서,추락시 현장사진 등에 대한 진위가 북측의 기존주장과는 달리 판정이 나면 강한 「역풍」을 맞을수도 있을 것이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미국무부 대변인 일문일답/「북·미 군창구」 정전위와 별개 아니다/「홀준위 송환」 북·미 핵합의 이행 촉진

마이크 매커리 미국무부대변인은 29일 저녁(한국시간 30일 상오)국무부기자실에서 미·북한간의 조종사송환합의를 발표한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허바드특사가 억류중인 홀준위를 면담했는가.

▲면담한바 없다.앞으로 수시간후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이 처음이 될것이다.

­앞으로 사건재발방지를 위한「적절한 회의」(appropriate forum)를 갖기로 했다는데 이것의 성격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판문점에서 미·북한간에 장성급회의가 개최되어왔다.우리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가동될 수 있는 군인사간의 대화창구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합의를 미국의 사과로 간주할 수 있는가.

▲「진지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사정전위와는 별개로 군부인사간의 대화에 동의를 한것인가.

▲그렇지 않다.판문점에서 유용하고 적절한 창구는 기존의 군인사간의 접촉이라고 본다.

­「적절한 회의」가 군사정전위와는 다른 것인가.

▲그것은 군사정전위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가동할 수 있는 유용한 채널은 판문점 창구이다.

­거기에 한국이 포함되는가.

▲한국측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미군측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받았으며 추후조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사건의 합의결과가 앞으로의 미·북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홀준위가 무사하게 귀국하는것은 불행했던 사건을 뒤로 하고 북·미합의의 이행을 촉진시킬 것이다.우리는 분명히 북·미합의가 실현되기를 희망하며 또한 기대하고 있다.

­미측이 비무장지대를 따라 정찰비행하는 횟수를 줄인다는 등의 약속을 했는가.

▲구체적으로 미·북한간에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해 위협을 주는 사건들의 재발을 방지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다.

­미국은 유엔이나 한국을 제외시킨 가운데 미·북한간 영구적인 대화개설에 동의한 것인가.

▲우리는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접촉에 동의한 것일 뿐이다.

­한국과 사전협의가 있었는가.

▲북한과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다.북한과 합의한 양해사항에 관해서도 충분히 논의를 했다.

­북한과 교섭을 하는 동안 북한의 지도체제는 안정되고 확고한 것으로 보았는가.

▲우리는 허바드특사가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매우 유익한 접촉들을 가졌다.그러나 북한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는데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언급을할 수 없는 입장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가.

▲대통령도 시종 교섭결과를 지키고 있었지만 크리스토퍼국무,페리국방,레이크 안보보좌관, 샬리카시 빌리 합참의장도 거의 24시간 주시하고 있었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4-12-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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