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관련 보도때마다 안부전화 수십통씩

개각관련 보도때마다 안부전화 수십통씩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4-12-21 00:00
수정 199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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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 「하마평 노이로제」/청와대 더 심해… “「직제 개편안」빨리 처리를” 호소

국회 사정으로 개각이 늦어지면서 고위공직자 사회에 「개각 노이로제 증상」이 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통씩 오는 안부전화를 받느라 골치를 앓는다.자신의 하마평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사정도 모르는 부인과 「부부싸움」까지 하는 사람도 생겼다.특히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은 김영삼대통령의 입조심하라는 당부가 있는 데다 이런 저런 언론보도에 따른 질책까지 감수해야 할 형편이어서 그 고통이 더욱 크다.고위공직자사회 전체가 노이로제 증세에 빠져들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성격이 곧다고 해서 별명이 「혈죽」(=핏대)인 이원종정무수석 같은 이는 본격적으로 얼굴을 붉히면서 『언론이라도 협조를 해달라』고 만나는 기자들에게 핏대 아닌 핏대를 내고 있다.박관용비서실장은 비서실장대로 수석들의 거취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이야기해 줄 것도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언론에 어느 나라 대사설이 보도된 한 인사는 부인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외국으로 나가려면 미리 아이들 학교 문제도 처리하고 해야 하는데 나한테는 이야기해야 할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부인은 남편이 스스로의 거취를 알면서도 보안을 지키기 위해 아내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던 것이다.그러나 사실은 본인도 거취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유임과 영전,다른 보직으로의 이동등 세가지 하마평을 받은 또 다른 한 인사는 안부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다. 유임설이 보도되자 『유임이냐』 하는 안부전화가 왔다.영전설이 보도되자 『잘됐다』는 축하전화가 쏟아졌다.다른 자리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번에는 『정말 그 자리로 가느냐』 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그는 『거의 일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장·차관급 인사 대부분이 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언론등에 하마평이 나오면 으레 그게 결정된 것으로 착각한다.이번 개각은 아니지만 전에 서울시의 한 인사는 「부시장 내정」이라는 신문보도가 나오고나서 수백통의 축전을 받았다.그러나 막상 발령은 20일도 더 지나서야 났다.20일동안 그가 겪은 마음고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릴 길이 없다.언론에 장기간 거명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선작업은 모두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인선작업을 끝내 놓고도 야당의 지연전술에 걸려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대책 없이 지켜봐야 하는 김대통령도 신경이 날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따라서 청와대측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즉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발효시키고 개각과 청와대비서실 인사를 한꺼번에 하려는 생각이다.

19일 어느 한 방송은 관계법안의 국회통과가 늦어짐에 따라 청와대가 고육지책으로 비서실 인사만 20일쯤 먼저 발표할 것이란 보도를 내보냈다.김대통령은 이를 듣고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갔느냐』고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대통령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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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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