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빗장」 풀어 세계화 뒷받침/외환제도 개혁안에 담긴뜻

「외환 빗장」 풀어 세계화 뒷받침/외환제도 개혁안에 담긴뜻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4-12-06 00:00
수정 199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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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맞게 제도개선,대외활동 지원/외화유입 급증땐 국내경제에 부담 우려/원화절상·경상적자 악순환 단절이 과제

외환제도가 오는 95년부터 99년까지 5년동안 3단계로 자유화된다.

재무부가 5일 발표한 「외환제도 개혁안」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경제체제 면에서는 자본의 국경간 이동을 자유화함으로써 2000년대에 대비한 선진국형의 개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경제개발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그러나 지난 60∼70년대까지만 해도 수입대금을 치를 외화가 모자라 쩔쩔매곤 했다.「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대외지급 불능 사태를 걱정하던 시절이다.결제해야 할 수입대금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외화가 거의 바닥나는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시절에는 국내에 들어온 외화는 단 1달러라도 해외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이를 위해 우리나라 주변에 높은 자본장벽을 쌓아놓은 것이 현행 외환제도다.

그러나 지금은 여건이 정반대로 바뀌었다.외환 보유고가 2백20억달러에 달해 대외지급 불능 사태를 걱정할 염려는 없어졌다.오히려 외화가 너무 많이 유입돼 통화증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외화의 과다유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개혁안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는 외환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업의 세계화를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다.세계를 무대로 뛰는 우리 기업인과 각종 국제기구나 단체,국제 학술회의 등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지금도 많다.세계화를 이룩하려면 이런 기업과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야 하며 이들의 입출국도 더욱 빈번해져야 한다.

그러나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에 만들어진 현행 외환제도는 이들의 대외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우리 경제가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8천달러대로 성장했지만 제도는 여전히 2백달러 시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외환제도 개혁은 경제의 덩치가 커진만큼,옷도 그에 맞게 갈아입히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 및 자본의 자유화는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다.급진적인 외환 자유화는 환율·금리·통화관리 등의 면에서 경제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선 최대 과제는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재무부는 외환제도의 개혁으로 연간 1백40억∼2백억달러의 외자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총통화 증가율을 15%로 잡을 경우 연간 통화공급량 18조원의 60∼80%가 해외부문에서 공급되는 셈이다.

통화를 안정시키려면 재정과 금융 부문간의 「정책 조화」(폴리시 믹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즉 경상수지에서 적자를 내고,재정부문에서는 흑자를 내 해외부문의 통화증발 압력을 최대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금리는 외자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국내외 금리차가 줄면 외자 유입 압력도 약화될 것이다.외환제도 개혁이 마무리되는 99년쯤에는 현재 연 6∼7%포인트 수준인 국내외 금리차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볼 수 있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문간의 자금 불균형으로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자의 유입액이 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비해 달러화의 공급이 늘어 원화가 절상된다.원화의 절상은 국민복지를 증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빚어진다.올해처럼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원화의 절상은 더욱 견디기 어렵다.따라서 자본 유입이 증대되는 내년부터는 원화 절상과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라는 악순환을 단절시키는 것이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외환제도 개혁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국민 정서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예컨대 어느 재벌 기업주가 해외에 부동산을 사는 경우 외화 도피에 의한 「국부의 유출」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해외자산 보유가 늘어나므로,「국부의 증대」로 봐야 한다.세계화에는 제도의 개혁에 못지 않게 새로운 국민정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염주영기자>
1994-12-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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