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쾌락이 에이즈 불렀죠”

“순간의 쾌락이 에이즈 불렀죠”

입력 1994-12-02 00:00
수정 199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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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감염자,희생자 막으려 강연 나서/“동성연애 끝에 감염… 다섯번 자살 기도”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습니다.순간의 쾌락속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에이즈예방세미나」에 감염자로서 용기를 내어 참석,자신의 감염경로와 현재 심경을 털어놓은 김모씨(23·노원구 월계동).

깡마른 체구에 초조한 눈빛으로 연단에 나온 김씨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하는 생각에서 대중앞에 설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동성연애자였던 김씨가 에이즈감염 사실을 알게 된것은 92년5월.

헌혈차에서 헌혈을 한뒤 보름쯤 지나자 구청으로부터 「에이즈가 의심되니 정밀검사를 받아야한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인테리어기사와 컴퓨터기사 자격증까지 따놓고 결혼을 준비중이던 김씨에게 내려진 에이즈보균자 판정은 차라리 사형선고였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았어요.수면제 20알을 한입에 털어넣기도 하고….5번정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는 것만큼 목숨을 끊는 것도 어렵더군요』

김씨는 고3 겨울 우연히 시내 극장에 갔다가 낯선 동성연애자에게 강제로 「겁탈」당한뒤 자신도 모르게 동성연애에 빠져들고 말았다.

『동성애라는 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듯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마약보다도 더 끊기 어려운 것이지요』

감염의 충격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일부러 끊은채 실의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김씨가 다시 삶의 의욕을 찾은 것은 92년말 알게된 약혼녀의 임신소식.

약혼녀의 용서는 고마웠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현재 낮에는 한국에이즈연맹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불행한 사람을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밤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동성연애는 하지 않으면서도 게이바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고민이다.

상대편에게 혹시 감염이라도 될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씨의 목소리에는 후회가 짙게 배어있었다.<김태균기자>
1994-1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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