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서울의 아가씨들」(임춘웅칼럼)

속「서울의 아가씨들」(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4-11-25 00:00
수정 199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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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이 칼럼란에 「서울의 아가씨들」이 나간 이후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었다.『아! 그렇던가』 『잘 짚었다』는 반응도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은 『너무 한쪽만 보지 않았느냐』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둥 항의성 비판들이 대종이었다.

「서울의 아가씨들」로 대변된 오늘의 젊은 한국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었다.무엇보다 요즘의 젊은 여성들은 예의범절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직장에서나 시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예절이 없다는 것이었다.발디딜 틈이 없이 복작거리는 서울거리에서 길을 걷다보면 부딪치고 밀고 당기게 마련이긴 하지만 젊은 여성들의 무례가 자심하다는 비판이었다.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매사에 양보할줄을 모르고 버젓이 잘못해 놓고도 미안해 할줄마저 모르는 무례한사람들이라는 것이다.가정에서나 직장에서도 예의범절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평판이다.『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가 입에 붙어있는 서구선진국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이런 부분은 황당한 일면이다.

여성작가 한분은 오늘의 젊은 여성들이 교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당당한 것은 좋으나 당당한 만큼 교양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라는 뜻이었다.요즘 세계화 세계화 하는데 한국의 신여성들이 선진국 여성들과 함께 할 만큼 인격과 교양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였다.

남자와 똑같이 일하고 능력 만큼 사회적 권리도 똑같이 누리겠다는 자기의식이 확실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결혼이나 잘해 편히 즐기겠다는 젊은 여성의 수가 의외로 많은 이중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도 오늘의 젊은 여성세대라는 지적도 있다.이런 의존성은 전세대 여성들에게서도 볼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이는 오늘의 젊은 여성들은 매우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양파와 같이 한껍질 한껍질 벗길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능력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교양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면이 있다.판단하고 사고하는게 썩 괜찮다고 보고 있으면 어느새 무례하고 가당치도 않은 측면이 또 나타나곤 한다는 것.

이러한 신여성들에 대한 곱지않은 시각들은 따지고 보면 여성들만의 문제는아닌 것이다.세칭 X­세대로 통하는 젊은층 전체의 문제이다.이런 문제점들이 여성들 쪽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것은 아직도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우리사회의 편견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의 젊은 한국여성들이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앞서 지적한 분의 얘기처럼 껍질을벗길 때 마다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게 바로 그런 까닭에서 일것이다.하긴 이 문제도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여권이 서구 선진국 수준에서도 특별히 높은 미국에서 조차 여성들의 자기자리가 어디인지 아직 분명치 않은 것이다.

얘기가 자못 거창해졌으나 「서울의 아가씨들」은 여성론이나 여성학을 쓰려했던게 아니고 오랜만에 본 서울의 인상,그중에도 각별히 눈에 띄었던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본대로 적은 것 뿐이었음을 부기해 둔다.
1994-11-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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